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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지금 Feb 01. 2024

이스라엘 가기 한 달 전

미니멀리스트는 짐싸는게 어렵습니다...

2월이 되었다. 개학을 한 학교는 어제 온 듯 시끄러운 활기로 들썩이고 학년을 마무리하는 많은 서류 작업들을 하면서 달력을 확인한다. 이제 한 달 여 후면 이스라엘로 출발한다.

예루살렘 올드시티


일단 비자는 기다리고 있다. 처음 이스라엘을 갈 때도 출국 전날 대사관에서 비자 승인을 받았기에 이번에도 남편 학교가 시작되는 시기에 임박해서 나오겠구나... 하고 마음 편하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다만 지금 내 마음을 조급하게 하는 것은 짐. 짐. 짐이다. 


학교 방학을 맞아 한 달여의 기간 동안 짐을 잘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이들 등, 하원시키고 밥 먹고 청소하고 나니 어느새 한 달이란 시간이 흘러 있었다. 어쩌면 너무 큰 작업이라 지레 마음에서부터 이 일을 밀어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집을 둘러보며 이것은 들고 가고 저것은 두고 가고 하며 나름 마인드맵을 그려가고 있는 중이다.


늘 사용하는 인터넷몰 장바구니 리스트가 계속 길어지고 있다. 본격적으로 짐을 싸게 될 때 한꺼번에 주문해서 짐정리를 좀 간소화하려고 한다.


물건을 볼 때마다 어떤 종류든 그 나라에서 나는 식재료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국산 제품이 제일 좋다는 것을 재차 확인하게 되니 이것도 들고 가야겠고 저것도 챙겨야겠고 처음 미니멀하게 짐을 싸겠다는 다짐은 조금씩 흐려지면서 이스라엘 현지에서는 이런 품질의 물건은 이 가격에 못 살 테니 어떻게든 싣고 가야 할 것 같아 찜해둔 품목도 점점 늘어난다.


그러나 이런 욕심은 불안을 야금야금 먹으며 조급함을 더 키운다. 

그래서 다시 심호흡을 하고 미니멀 라이프를 처음 시작할 때 나의 모습을 돌아보았다.


구매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멀쩡한 물건도 눈 딱 감고 과감히 비우면서 나는 어떤 생각을 했었지? 


" 이 물건 없어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어." 


그래 맞다. 물건 대신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에너지를 더 충만하게 채우면서 살리라 다짐했었다. 그러니 지금 해외 이동을 앞두고 그때의 마음가짐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회복해야 할 때인 것 같다. 


" 이스라엘에서도 이런저런 물건을 다 갖추지 않아도 건강하게 어쩌면 더 풍요롭게 잘 살 수 있을 거야. 그러니 짐과 물건에 치이지 말고 가급적 홀가분하게 몸도 마음도 가볍게 해서 떠나자. "


아...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쉬운 듯 하지만 역시 장바구니와 찜 목록 리스트에 있는 물건 중 안 사도 될 것 같은 물건은 또 쉽게 보이질 않으니 아마도 이 씨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아마 한국에서는 언제든 살 수 있고 언제든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이기 때문에 더 마음 편하게 비울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막상 해외에 나가면 이런 양질의 세련된 디자인의 물건들을 쉽게 구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니 더 마음에서 놔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 미니멀리스트가 아니었던 것이다. 물건에 대한 욕구는 그대로인데 일단 언제든 필요하면 다시 돌릴 수 있으니 없어도 괜찮은지 실험을 해보는 도전 단계인 것이다. 물론, 누구나 이 도전을 거쳐서 자신만의 미니멀 라이프를 구현해 가는 것일 테지만.


미니멀라이프는 불필요한 것을 없애고 줄여서 더 본질적인 것으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채우는 것이다. 그러니 비우고 비워서 캐리어 2개로 비행기를 타겠다는 이상보다는 이스라엘에서 시작될 우리 가족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물건을 챙겨가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어야겠다. 결국 이 여정의 중심은 물건이 아니라 그 물건을 이용해 더 풍요로운 삶의 무늬를 만들어가는 나, 우리가 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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