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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지금 Aug 16. 2024

미니멀 라이프. '나'를 만나러 지금 갑니다.

미니멀 라이프는 내게 불필요한 것을 제하고 비우면서 점차 나에게 가장 중요하고 가치있는 것만을 선별하여 남기는 것이고 이를 통해 점점 기본 즉, 본질로 더 가까이 나아가는 과정이다.

나에게, 그리고 나의 삶에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이 질문은 인생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충분히 확장될 수 있다. 고작 물건 하나 비우면서 질문이 너무 거창하다고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비우다보면 이 질문에 누구나 도달하게 된다.

한창, 미니멀 라이프에 열을 올리며 물건 비우기에 집중하던 때. 갑자기 친정집에 여전히 가득 남아있던 옛 물건들을 이제는 비워야 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어쩌면 이제는 비울때가 되었고 비울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드디어 생겨났다 라고 봐야할 것이다.

따로 시간을 내어 친정에 들러 몇시간에 걸쳐 옛 물건, 추억이 켜켜히 스며있는 일기장, 사진, 편지, 엽서, 작은 소품들을 비우기 시작했다. 사진들은 최종 남길 것만 빼고 졸업앨범까지 다 비웠다. 편지와 카드, 촘촘히 써내려간 일기장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읽고 가위로 잘라 쓰레기 봉투에 넣어 비우는 과정은 의외로 크게 힘들지 않았다.

그 시간을 겪으며 나는 깨달았다. 과거의 나는 사진과 일기와 주고받은 편지안에 박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더 놀라운 것은 옛 기록들을 다시 읽으며 내가 현재 기억하는 과거의 나와 그 기록속에 남아있는 나는 조금 혹은 많이 달랐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의 나에게 유의미한 '과거'는 기록과 사진이라는 물건 자체에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이 '순간'만을 살 뿐인 나의 현재 마음 어딘가에 '과거'라는 이름표를 달고 생생히 그것만의 순간을 살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냥 두면 때가 되어 소멸될 것은 자연히 사라지고 혹시 현재에 이르러 해결되어야 할 끝맺음이 아직 남았다면 그 또한 지금 이 '순간'의 선상에서 직면해야 하는 것이었다.

물건이 내 유의미한 '과거'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나니 내 앞에 빛바랜 채 먼지가 내려앉은 옛 기록들은 더 이상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내 과거의 물건들을 비우며 나는 내가 나에게 허락된 '순간'만을 살 수 있는 존재이며 이런 나에게 어떤 형태로든 '과거 혹은 미래'를 어떤 유형의 물건에 담아두려는 시도는 큰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다.

한 발자국.나라는 존재의 중심에 다가간 것이다.

사람마다 자신의 중심, 그 본질에 가장 필요하고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대답은 각기 다를 것이다.

이 물건을, 이 사진을, 이 기록물을 비울것이냐? 남길 것이냐?​

라는 질문을 할때마다 우리는 이렇게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나에게 과연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나는 어떤 삶을 살고있고 앞으로 살고 싶은가?

내 눈앞의 물건 하나를 비운다고 생각해보라.

볼펜 한 자루.

처음에 왜 구매했고 그리고 이제는 왜 필요가 없어졌는가.

그 순간과 지금 이 순간은 어떻게 해서 이다지도 다른가.

결국, 물건이 나를 규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된다.

순간만을 살 뿐인 우리에게 그 순간에 집중해서 가장 충만하게 나 스스로로 살게 해주는 것. 그것만 있으면 되는 거였다. 정직하게 나를 나타내고 나로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그것을 찾고 남기는 것.

미니멀 라이프는 나를 만나는 삶의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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