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릴 예정인 맑은 우리
“예전엔 눈도, 귀도 맑았는데 말이야...
이제 흐려서 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
내 앞에 힘없이 앉은 노인
한 세기를 살아온 그녀에게
변한 것은 한 두 개가 아니다.
이제 모든 치아는 빠져버리고
오래 사용된 관절 때문에
걷는 것조차 힘이 든다.
날씨가 궂으면 나가라며 소리를 지르신다.
이제 그녀를 찾는 사람도
굳이 집에 방문하는 사람도 없다.
생활은 어렵고 위험이 따르기도 한다.
때문에 배정된 시간에 따라
요양보호사가 방문하여 일상을 거든다.
난 그들의 일정을 관리하고
모니터링 명목으로 매달 가정에 방문한다.
오늘은 내가 그녀와 만나는 마지막 날
‘오늘 마지막 방문인데
어떻게 말씀드려야 하나?’
내가 이런 사소한 고민을 하는 이유
“처음 보는 젊은 총각이
아무것도 없는 집에 뭐 하러 오셨어?”
매달 꾸준히 방문했지만
오늘도 누구냐며 묻는다.
구석에서 빨래를 정리하는 요양보호사
힘없는 그녀를 타이르듯 말한다.
“저번 달에도 온 총각인데 또 잊으셨어?”
결국 평소와 같은 노인의 일상에
마지막 인사는 좀 그렇고
한 세기를 살아온 그녀의 눈엔
내가 어떻게 보일까 궁금해
평소와 다른 질문으로 대체한다.
“자! 어르신 젊은 총각한테
하고 싶은 말 있으세요?”
그리고 나를 민망하게 하는 답변
얼굴을 들이밀며 한마디 던진다.
“뭐라고?!”
기운이 빠지지만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그래요! 건강히 만 계세요!”
마지만 대면을 마치고
요구르트 하나 받아 집을 나선다.
‘하하! 유통기한이 지나버렸네;;;’
난 아직 앞날이 밝은 총각이니
그녀의 어두운 눈과 귀
굳고 무거운 몸을
아직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난 아직 맑은 청년이지만
내 삶도 언젠가 흐리겠지..?’
이젠 이 사실이 특별히 우울하진 않고
순리처럼 느껴진다.
나도 이제 약간은 철이 든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