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나단 Oct 03. 2023

먼 나라 더운 나라

검은 이웃, 좋은 이웃

‘아... 이 사람이 또...’

오늘도 A는 늦는다.

나는 불안하게 시계만 바라본다.

잠시 후 내 앞에 나타난 A

그는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원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댄다.

그리고 난 A에게 잔소리를 쏟아낸다.


“Take it slow~”

하지만 넉살 좋은 A는

가볍게 내 잔소리를 받아낸다.

‘아... 오늘도 내가 졌다.’

그도 약간 민망한 듯 말을 돌린다.

“한국 너무 더워요 오는데 힘들었어요.”

어색한 한국어, 검은 피부를 가진 A

그는 뜨거운 대륙 아프리카에서 건너왔다.

나는 분주히 일정을 준비하며 무심하게 답한다.

“아프리카에서 오셨으면서 한국이 더워요?”

“아니에요 한국의 더위는... 뭔가 달라요.”

생각해 보니 습한 한국의 여름이 힘들 법도 하다.


검은 피부와 대조되는 하얀 이빨

거친 머릿결과 키만큼 긴 팔과 다리

나이지리아에서 건너온 A

한국에서 결혼하고 정착한 후

자신의 나라를 소개하며

다문화 가정 혹은 이주민의

인식 개선 교육을 진행하는 강사다.


한국에 정착한 지 십수 년

그와 함께 강의를 진행해 온 그는 오늘도 강단에 선다.

하지만 눈에 띄는 다름을 가진 A

때문에 강단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어색하다.


그러나 그는 이젠 베테랑 강사

어색한 시선을 가볍게 받아내며

익살스러운 언행으로

어색한 시선들을 박수갈채로 바꿔버린다.


하지만 지금에야 넘치는 여유로

교육 시간에 매번 늦어 날 애타게 하면서도

어색한 시선을 웃음으로 바꿔버리지만

연고도 없는 곳에서

눈에 띄는 다름 때문에

어색한 시선을 받아내던

세월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A는 아마 내일도 늦을 것 같다.

그리고 분주한 지하철과

성격 급한 사람들

습한 여름 날씨가

여전히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넉살 좋은 미소를 던지며

불안하게 발을 구르는 나를 달래고

특유의 입담과 익살로

어색한 시선들을 박수갈채로 바꿔버릴 것이다.


A는 아마 익숙하지 곳에서

그렇게 적응해야 했는지 모른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생활하는

익숙하지 않은 외모를 가진 A는

나에겐 좋은 이웃이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는 언제나 맑은 뒤 흐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