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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채현 Nov 15. 2023

홍의 소녀

2023 아르코문예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홍의 소녀 5화

땀범벅이 된 은봉이는 북채를 들었다.

퉁당! 퉁당! 퉁당!

“은봉아, 또 무슨 일이고?”

미순네 아재가 혀를 끌끌 찼다.

“장, 장군님 좀 불러주이소. 진짜로 중요한 일입니더.”

옆에 섰던 병칠이 아재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니는 의병에 못 들어온다 캐도. 전투가 얼라 장난인 줄 아나? 어이?”

“어매 도와서 집안일이나 배우지. 딸 아가 왜 이렇게 쏘다니나.”

“급합니더. 장군님, 장군님 좀 불러주이소.”

“하이고, 어린것이 고집은 쇠심줄 같구먼.”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이 다가왔다. 곽재우 장군 부하였다. 

“왜 이리 소란스러운 거요?”

“은봉이라고. 죽은 덕삼이 여식인데예. 장군님 뵙고 할 말 있다고 고집을 피웁니더.”

“지는 곽재우 장군님께 직접 말씀을 전할 낍니더.”

은봉이가 눈썹에 힘을 주며 말했다. 은봉이의 얼굴을 살피던 장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은봉이는 장수를 따라가 장군을 만났다.

“내게 꼭 전할 말이 무엇이냐?”

“왜놈들이 장군님 집을 염탐하고 갔십니더.”

옆에 섰던 장수가 눈을 부라렸다.

“거짓을 고했다가는 곤장을 맞을 것이다.”

“스님 옷을 입었는데 왜놈 말을 썼습니더. 뭔 뜻인지는 몰라도 장군님의 함자를 똑똑히 들었심더.”

“맞습니더, 지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두 귀로 똑똑히 들었십니더.”

개똥이도 은봉이를 거들었다. 장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군은 의병 진지로 파발을 띄웠다. 은봉이는 마을 어귀에서 서서 말을 탄 파발꾼이 급히 달려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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