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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채현 Nov 15. 2023

먼지 요일

2023 아르코문예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먼지 요일 1화

등굣길이 한산했다. 희뿌연 공기가 켜켜이 하늘을 메우고 있었다. 희끄무레한 빛이 해가 어디 있는지 대충 알려주었다. 인도에는 먼지 먹는 로봇들이 오갔다. 빌딩 꼭대기마다 물을 뿜는 기계가 가짜 비를 뿌려댔다. 

“어? 민준이다. 이민준!”

찬이는 반가운 마음에 소리쳤다. 앞서 걷던 아이가 어정쩡하게 뒤돌아봤다. 텅 비었다. 눈이 멍했다. 

“아, 아니야. 그냥 가.”

찬이는 아이보다 더 빨리 걸었다. 저만치 다솔이가 보였다. 한 가닥으로 올려 묶은 머리가 걸을 때마다 가방에 부딪혀 찰랑거렸다. 찬이는 냅다 달렸다.

“얍, 한다솔!”

놀랄 만한데, 평소 다솔이 같으면 까무러치듯 소리를 질렀을 텐데, 아이는 시큰둥하게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도 텅 비었다. 

“미, 미안.”

찬이는 느릿느릿 교문을 통과했다. 운동장 가득한 안개를 가르며 두리번거렸다. 역시 운동장에 노는 아이는 없었다.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 중입니다. 운동장에서 활동을 금지합니다. 교실에서는 창문을 모두 닫고, 공기청정기를 돌려주세요.”

방송이 여러 번 나왔다. 창문을 꽁꽁 닫았다. 교실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찬이는 교탁 앞에 서서 아이들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까불이 안경진 대신 근엄한 안경진이 앉아 있었다. 근엄한 안경진은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방귀를 뀌거나 코딱지를 파는 일 따위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근엄한 안경진이 컴퓨터 자판을 가만가만 눌렀다. 

왈가닥 한다솔 대신 한겨울 바람처럼 냉랭한 한다솔이 앉아 있었다. 냉랭한 한다솔은 복도를 와다다 달리거나 웃음을 참지 못해 물을 뿜는 일 따위는 절대, 절대 하지 않는다. 냉랭한 한다솔이 필통정리를 살금살금 하고 있었다. 

민준이도 없고, 신비도 가람이도 모두 오늘은 복제 로봇을 학교에 보냈다. 로봇들은 제 주인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울거나 웃지 않았다. 눈빛이 반짝거리지도 않았다. 눈 속에는 눈동자처럼 둥근 카메라가 있을 뿐이었다.

학교에 직접 온 아이는 다경이와 우주, 찬이 셋뿐이었다. 다경이와 우주는 평소에도 교실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아이들이다. 오늘처럼 복제 로봇이 학교에 대신 오는 날엔 더더욱 숨소리조차 낮게 쉬는 아이가 바로 다경이와 우주다. 찬이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만 해도 답답했다. 찬이는 가슴을 쿵쿵 치다가 동그란 콧구멍을 벌름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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