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르코문예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자, 보자. 모두 얼굴 들어볼까?”
선생님 말씀에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얼굴을 하나하나 살피던 선생님이 수첩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대신 온 로봇들은 컴퓨터에 출석 체크 잊지 말고.”
아이들 얼굴을 하나하나 뜯어보던 선생님이 입술을 삐죽이 내밀었다.
“찬이, 다경이, 우주. 오늘은 셋뿐이네? 너희들도 어서 복제 로봇을 가져야 할 텐데.”
찬이는 고개를 푹 숙였다. 마트에서 로봇 도우미 일을 하는 엄마가 2년 동안 아무것도 먹지도 사지도 않고 월급을 다 모아야 복제 로봇을 살 수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찬이네는 엄마가 버는 돈으로 먹을 것을 사야 하고 필요한 물건들도 사야 한다. 찬이가 복제 로봇을 가지려면 아직 멀었다.
“쿠하, 켁켁켁….”
안경진이 교실 뒷문으로 뛰어 들어왔다. 자습하던 아이들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어쩐 일이야? 근엄한 안경진이 와 있는걸.”
찬이는 슬며시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누르며 싱글거렸다.
“야, 말도 마. 답답해 죽겠어. 엄마가 집에 꼼짝 말고 붙어서 영어 공부만 하라고 하잖아. 으, 징글징글해.”
안경진은 온몸을 벅벅 긁어댔다. 목덜미가 벌겋게 부풀어 있었다.
“어머, 경진아. 너 피부병 때문에 오늘 못 온다고 하던데.”
“선생님, 집에만 있으니까 마음이 간지러워서 못 참겠어요.”
안경진이 펄쩍펄쩍 뛰었다. 물속에 잠긴 듯 고요하던 교실이 경진이 덕분에 들썩거렸다. 우주가 몰래 피식 웃었다. 다경이도 코를 실룩거렸다.
“쉿! 지금은 수업 시간이야.”
선생님이 눈을 흘기자 경진이가 슬그머니 자리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