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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채현 Nov 15. 2023

먼지 요일

2023 아르코문예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먼지 요일 3화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해가 좀 더 밝게 보였다. 뿌연 먼지도 좀 걷히나 싶었는데,

“미세먼지 경보, 오존 주의보 발령 중! 운동장에서 놀지 않도록 하세요.”

다시 방송이 나왔다.

“에이, 도대체 언제 놀라는 거야.”

방진 마스크를 눌러쓴 찬이와 경진이가 신발을 신다 말고 멈춰 섰다. 뒤따르던 가람이의 복제 로봇이 앞질러 나갔다.

“어? 어떻게 된 거지? 가람이 복제 로봇이 따라 나왔잖아.”

“가람이 복제 로봇은 교실에 있는 근엄한 안경진하고는 차원이 달라. 감정도 배우면 재생 가능하대.”

경진이는 어젯밤 엄마의 전화 통화 내용을 엿듣고는 그대로 읊었다.

“엄청 비싸다더라. 우리 엄마가 가람이 복제 로봇은 손도 대지 말랬어.”

경진이가 입꼬리를 축내리며 어깨를 들어 올렸다. 다경이와 우주도 현관 앞에서 맴맴 돌았다. 다경이의 작은 얼굴이 마스크에 가려 눈만 겨우 나와 끔뻑거렸다.

“아, 몰라. 난 나가서 놀래.”

우주가 운동장으로 내달렸다. 다경이도 기다린 듯 따라 나갔다. 경진이가 엉덩이춤을 추며 손짓했다.

“삐이------, 운동장에 노는 어린이 어서 교실로 들어가세요.”

방송이 계속해서 흘러나와도 아이들은 못 들은 척 그대로 운동장으로 달렸다. 잠자던 운동장이 그제야 들썩들썩 춤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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