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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숙경 Apr 25. 2024

오래 문밖에 세워둔 낮달에게

봄날의 반가사유


봄날의 반가사유


박숙경


봄의 꼬리엔 몇 개의 시샘이 따라다닌다


다 부러워서 그러는 것

눈앞이 뿌연 것도

바람이 갈지자로 걷는 것도


동진강 물결이 반짝이는 영농조합법인 앞마당

색색깔 옷을 입은 몇 대의 트랙터

나란히 가부좌를 틀고 꽃과 눈을 맞추고 있다


저 덩치들을 불러낸 것도 

떠받치고 있는 것도 

연두가 밀어올린 노랑이려니


냉이꽃이 돌멩이를 떠받치고

유채꽃은 트랙터를 떠받치고

세상을 떠받치는 힘이 작고 여린 것에서 나온다는

아주 시적인 순간을 사적으로 지나가는 유혈목이


멈칫 물러선 걸음 위로

참새 몇 마리 포르르,

보리밭 쪽으로 날아가고


-시집『오래 문밖에 세워둔 낮달에게』(달아실출판사,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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