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쌍둥이>
첫째인 방뚱이에게는 나쁜 손버릇이 있다.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곳에는 방뚱이의 외할아버지 진석씨가 있다. 그보다 더 오래된 유전일지도 모른다. 나의 어린 시절 기억 속 진석씨의 손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옆으로 누워 발가락이나 발톱을 뜯거나, 혹은 상처를 만지거나 둘 중 하나였다. 진석씨의 습관은 그대로 나에게 유전되었다. 나 역시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책을 읽을 때는 두 손이 자유가 되기 때문에 두피를 만지거나 상처, 손톱, 발톱, 얼굴, 코 등을 만지며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
진석씨와 나의 나쁜 손버릇을 전승한 방뚱이 역시 손버릇이 나쁘다. 잠들기 전 내 손의 굳은살을 뜯는 것이 하루의 루틴이다. 문제는 굳은살만 뜯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살까지 뜯어내려 온 힘을 다한다는 것이다. 정말 아프다. 하루는 너무 아파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마~ 엄마 너무 아파~'
그랬더니 가만히 누워 잠을 청하는 쌍둥이 동생에게
'추뚱아~ 엄마, 아파요~'
하는 것이었다. 방뚱이가 처음으로 문장으로 말한 날이었다. 덕분에 방뚱이 인생 첫 문장이 만들어졌다. 방금 전까지 아파서 짜증이 났던 나의 입에 미소가 드리워졌다. 그래, 엄마 굳은살 얼마든지 내어줄 테니 그렇게 잘 자라기만 해 다오.
손버릇 나쁜 방뚱이에겐 모기 알레르기까지 있다. 모기에 물리면 주변 피부까지 팅팅 부어오른다. 나쁜 손버릇에 모기 알레르기까지 더해져 모기에게 물리기라도 하면 피를 볼 때까지 사정없이 긁는 방뚱이이다. 한 번 상처가 나면 뜯고 또 뜯어서 진물이 날 때까지 긁어대고, 상처를 통해 감염이 되어 열이 날 때까지 계속 긁는다.
여름이 되면 방뚱이의 피부를 지키는 것이 나의 가장 큰 미션이다. 일단 모기에 물렸다 하면 소아과에서 알레르기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아직 상처가 나기 전에는 약과 버물리만으로 타협을 볼 수 있지만 상처가 나면 일이 심각해진다. 피가 난 상처에는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여 긁지 못하게 막아줘야 한다. 그러나 여름철에는 밴드가 금방 떨어지고 말기 때문에 붕대까지 감아서 봉인해야 한다. 여름 내내 모기, 밴드의 스티커 독, 가려움과의 전쟁이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더 힘들었다. 집 안의 모기는 박멸하였어도 어린이집에서 물려오는 모기는 막지 못했다. 둘째인 추뚱이도 같이 놀았을 텐데 왜 모기는 방뚱이의 피만 좋아하는 걸까. 하원할 때마다 늘어있는 모기 물린 상처에 마음이 아프다. 모기 퇴치 스티커, 팔찌, 스프레이등 각종 신박한 장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 철저히 지켜달라 말씀드렸지만 여전히 방뚱이는 모기들의 인기스타이다.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에 붕대를 칭칭 감은 방뚱이는 얼마나 더울까, 얼마나 가려울까...
방뚱이는 남들보다 따듯하고 상냥한 마음을 품고 있어서 피가 뜨겁고 달콤한가 봐.
모기는 엄마가 무찔러줄 테니 방뚱이는 지금처럼 예쁜 마음 변치 않고 자라나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