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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도 Sep 02. 2023

4. 미국 MBA 인터뷰

마법의 질문 두 개를 소개합니다.

대망의 인터뷰날이 다가왔다. 내 인터뷰는 중부 표준시 오전 7시, 한국 시간 오후 9시였다. 확실히 팬데믹 이후 모든 사람들이 세계에 흩어져 여러 시간대에 있는 것이 보편화되어, 아시아에 있는 나로서도 시간 선택지가 다양함에 감사했다. 너무 이른 아침 혹은 너무 늦은 저녁에 하는 미팅은 확실히 쉽지 않다. 힘든 시간대에 꼭 참석해야 하는 미팅은 들어가자마자 웃으며 실토한다. "지금 여기 시간 오전 6시입니다. 제 뇌가 100% 기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양해해 주세요."

 

면접의 드레스 코드는 비즈니스 캐주얼로 정해져 있던 터라, 옷장 안에 오래도록 구겨져있던 흰색 리넨 셔츠를 꺼내 입었다. 이렇게 '갖춰 입고' 미팅에 임한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업무 미팅은 언제나 후드티, 혹은 반팔 차림이다. 기분을 내고 싶을 땐 괜히 향수를 뿌리곤 한다. 실로 오롯이 나만을 위한 기분내기가 아닐 수 없다.


잠시동안의 대기가 끝나고 면접관을 만난 순간 아차 싶었다. '비즈니스 캐주얼'이라는 말에 정말 단출한 흰색 셔츠에 윗 단추를 두 개 풀고 있던 나의 모습과는 대비되는 빳빳한 셔츠에 정장 넥타이, 그리고 말끔한 재킷 차림의 남성분(A)이 등장하셨다. 아차 싶음은 잠시, 그의 차림으로부터 면접자에 대한 존중이 느껴져 참 고마웠다.


나: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A: 안녕하세요! 마찬가지예요. 그곳은 몇 시인가요?

나: 저는 서울에 있고, 밤 9시예요. 그쪽은 이른 아침일 텐데요!

A: 네, 어느 시간이든 지원자들을 만날 수 있어 기쁩니다.

나: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서울에 와보신 적이 있나요?


내 첫 번째 마법의 질문이다. "서울에 와보신 적이 있나요?" 이 질문의 답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1) 아뇨, 아직 기회가 없었어요. 하지만 너무 가보고 싶어요! 전 한국의 XXX를 정말 좋아해요.

2) 그럼요! 지난번에 다녀왔는데 너무 좋았어요. YYY에 가보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워서 다음에 다시 갈 거예요.


내가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한국에 대한 코멘트는 아래와 같이 심플했다.

1) 북? 남? 어느 쪽이에요? (이 질문은 택시기사들로부터 99%의 확률로 나왔었다.)

2)와, 저 불고기를 정말 좋아해요.


그에 비교해 보면 실로 엄청난 발전이 아닐 수가 없다.


이 마법의 질문은 언제나 나와 상대방의 경직된 분위기를 확실히 풀어주고 친근감을 형성해 준다. A도 한국에 방문해 본 적이 있는데, 다른 곳을 가는 길에 잠시 경유만 했던 터라 너무 아쉬웠다며 경복궁을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덕분에 잠시 삼천포로 빠져, 서울과 제주도에 대해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었다.

즐거웠던 시간은 잠시, 다시 진지한 얼굴로 면접을 재개했다. A는 자신을 간략히 소개한 후, 몇 가지 질문을 시작했다.


면접 전, 열심히 구글링 해본 결과 대략 20분간 3개의 질문이 주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총 6개의 질문을 받았다.


1) 왜 이 학교를 선택했는지?

2) MBA는 왜 하려고 하는지?

3) 이 코스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4) 내가 팀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5)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자할 것인지?

6) 예상되는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지?


어느 정도 예상은 했던 질문들이지만, 생각보다 면접이 길어져서 당황한 감도 없지 않았다. 5번 질문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1주일 단위의 시간을 이야기하는지, 아니면 전체 코스를 통틀어 이야기하는지 되묻기도 했다.


여차저차 면접이 마무리되고 이젠 내 차례다. 사실 내가 면접 중에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면접관이 마지막에  '질문 있으신가요?'라고 묻는 때이다. 두 번째 마법의 질문이다. 내가 면접관일 때도, 면접자일 때도 가장 설레는 순간이다. 면접관으로서는 이 사람의 진심과 열정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이고, 면접자로서는 마지막 어필뿐 아니라 내가 지원하는 곳에 대해 더욱 잘 알 수 있는 기회이다. 그러니 제발, 이 질문을 들었을 때 다만 면접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뇨,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지 말기를 바란다.


내가 준비한 질문은 아래와 같다.

1) 온라인 강의라 네트워킹의 기회가 적은 것이 우려가 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이벤트나 대면 수업의 기회가 있나요?

2) 저와 같이 아시아 등의 다양한 시간대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많은가요? 그들은 어떻게 적응하고 있나요?

3) 일리노이 대학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이념은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것인데, 특히 국제 학생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한 대학의 노력은 어떤 것이 있나요?

4) 비대면 학습을 제가 가장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전문가로부터(당신)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5) 마지막으로, 합격 발표는 언제 들을 수 있을까요?


A는 성심성의껏 모든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그의 조언은 "그저 학위 한 장을 따겠다는 생각으로는 시작하지 마세요. 이 것이 나에게 주는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 보고 그것을 목표로 공부한다면, 반드시 성공적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내 매니저의 조언과도 일치했고, 실로 내 마음에 크게 다가온 한마디였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 기쁨이 충만한 마음으로 다음을 기약하며 면접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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