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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도 Oct 07. 2023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이 말을 쇼펜하우어가 싫어합니다.

종종 영어 속담이나 인용에서 ‘이거 한국 따라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슷한 표현들을 찾곤 한다. 물론 반대의 경우일 수도 있지만, 그저 애국심 넘치는 편향된 한국인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 콧대 높은: Hard-Nosed (직역하자면 '코가 대단한' 정도가 되겠다.)

- 죽기 살기로: Sink or Swim (가라앉던지 헤엄치던지.)

- 우물 안 개구리: a big fish in a small pond (작은 연못의 큰 물고기.)

-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 barking up the wrong tree (죄 없는 나무를 보고 짖는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It takes two to tango (탱고를 추려면 두 명이 필요하다.)

-두 마리 토끼를 잡다: kill two birds with one stone (돌 한 개로 두 마리 새를 잡다.)


위와 같이 세부 사항의 차이만 있을 뿐 맥락은 동일한 표현들이 많다.

이런 표현들을 볼 때마다 결국 인생만사 어디든 똑같은 걸까?라는 생각을 한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무덤 속 쇼펜하우어가 벌떡 일어나 나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상상된다.


그는 '나는 나로서 존재한다.'라며 더 나아가 '이 세상에 나 이상의 존재는 없다.'라고 했다. 그의 관점에서 세상만사, 인생만사, 사람 사는 곳 다 똑같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그러한 개성주의적 관점에서 쇼펜하우어는 '사랑의 결실인 결혼은 이해할 수 없는 행위들의 반복이다.'라며, 결혼이란 '개인의 이득보다 공동의 이득이 우선하고 개인적인 속성보다 공동의 총체성이 우선'하는 자발적 자기부정의 동의라고까지 하였다. 이렇게 단면적으로만 본다면 쇼펜하우어야말로 세상 부정적인 사람처럼 느껴지지만, 그야말로 누구보다 삶 그 자체를 사랑한 사람이다.


하지만 난 어느 정도 범위 안에서의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는 말엔 동의한다. 생소한 나라의 도시에서도, 무서운 일만 일어날 것만 같은 곳에서도 사람들은 우리와 똑같이, 잘만 살아간다. 결국 이 세계에 비슷한 속담들과 인용구들이 존재하는 까닭은 어떠한 무리든 서로 간의 조언과 선조들의 지혜가 필요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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