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영관 Mar 10. 2024

날씨

      

풍경을 다 가져도 되나

      

산이 돌아앉은 것 같다면

그 너머에 누군가 있을 거라는 허든거림으로

일렁이는 것  

   

마주보면 환해지는데

시선을 먼 곳에 둔 옆얼굴을 보면 자욱해진다

바리스타의 솜씨겠지만

마음이 라떼의 문양처럼 말랑거린다

귓바퀴가 어지러이 듯 휘감긴 까닭은 

내 거짓말들을 몇 번이나 참고 들었다는 것

당신의 고른 치열을 볼 때마다 

기도순서를 기다리는 소년이 된다


여행 가려던 커플티가 상표도 뜯지 못한 채로  

옷장에서 기다렸던 것을 알았을 때도

생계를 힘겨워하지 않았다

겨우내 비어있던 화분의 히야신스 새싹을 본 듯 

기뻐해야 기쁘다   

  

희망은 손잡이 떨어진 서랍 같아서

궁금하다가 애쓰다가 열어놓고 실망하는 것 

    

칼바람이 발골(拔骨)한 나목에도 이파리살이 붙고

오월이면 통통해지겠지     


복간(復刊)된 잡지처럼 오늘은  

지난 일과 앞날로 다채로웠다               


작가의 이전글 무적(霧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