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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아빠 Jul 22. 2023

한 번만 가는 사람은 없다는데...

롱텀 히말라야 산행기_5

드디어 올 것이 왔다. 고산병 어서 오고.




어제 해발 3000미터에 다다르면서 약간의 두통이 느껴졌는데, 이후 잠들고 나서 만난 두통은 보통의 그것과 결이 달랐다. 뭐랄까... 머리를 잡아 뜯는 듯이 아프다고 해야 하나?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두통이다. 마당에서 만난 크리슈나가 내 안색을 보더니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피상에서 마낭으로 가는 길은 비교적 어렵지 않은 코스라고 하는데 마낭에서 고소적응을 위해 하루를 체류할 예정이니 마낭까지 천천히 가보자고 한다.


고산증세는 다음과 같다.

- 두통 (머리를 전체적으로 꾹꾹 누르는 듯하고 모근에 통증도 느껴짐)

- 식욕저하 (소화력 악화)

- 어지러움

- 권태로움


고산병은 개나 줬을법한 고인물 트랙커



 물을 많이 마시며 최대한 천천히 걸어가 본다. 해발 3000미터가 통상적 고산병의 시작지점이라 이곳에서 돌아가는 트레커도 종종 있다고 한다. 첫째 날 지프를 타고 고도를 급하게 높인 나는 고산병의 소지를 좀 더 제공한 편이라고 봐야 되겠지. 그런데 증상 중 메슥거림은 고산증세인지 아니면 매번 끼니로 먹는 볶음밥의 양이 상당히 많은데도 불구하고 무리해 먹어서 그런것인지는 확실치 않았다.


해발 3000미터이상의 구간이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이였다.


 피상에서부터는 흔히 무스탕이라고 부르는 북쪽 사막지역의 기후와 환경이 조금씩 느껴진다. 특유의 황량함이 그것이다. 침엽 위주인 수목의 크기는 줄어들고 지반침식과 융기로 인한 특이한 형태의 지형들이 나타난다. 연신 카메라를 들 수 있는 멋진 풍경이지만 4시간 정도 산행에서 물을 아무리 먹어도 입술이 마르고 기운이 약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크리슈나는 자신이 나의 얼굴을 세심히 살피고 있고 본인은 40명의 단체를 인솔해 트레킹을 하고 고산지역에서 환자를 무사히 하산시킨 경험도 있다고 하며 심적 동요를 막는다.


 실제로 며칠을 트랙킹해 올랐다가 도저히 몸상태가 무리라고 느껴 며칠을 돌아내려 가는 이들도 많다. 나 역시 이 날은 꽤 진지한 고민을 했다. 잠깐 쉬는 마을인 문지에서 갈릭수프를 먹고 한 시간가량 쉬었다. 갈릭수프는 고산증세에 좋은 대표적인 메뉴 중 하나다. 쉬고 나니 컨디션이 확실히 좋아짐을 느끼고 한 시간여 더 걸어 목적지인 마낭에 도착했다.


야크는 고기와 가죽은 물론 배설물까지 난로의 연료로 쓰는 중요한 가축이다.


 오는 길에 통과하는 브라카는 특유의 티베트스러운 풍경이 매력적인 곳이다. 건조한 풍경과 더해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수도원이 위치하고 있어 어디를 찍어도 그림이 나온다. 아마도 이 티베트라는 꼬리표는 '쉽게 도달하게 힘든' 이라는 뜻을 가진 듯 해 이국적인 매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또한 이 고도부터 야크들을 볼 수가 있어 그 또한 풍경에 이색적임을 더한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이 풍경은 아마도 인터넷에 올려진 안나푸르나 서킷 사진의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특성을 잘 아는지 30분 정도 떨어진 마낭에서 영화 '티베트에서의 7년'의 포스터를 볼 수 있다. 심지어 티베트를 주제로 한 다양한 영화를 상영해 주는 로지도 있다. 마낭은 중간기착지로 꼽는 큰 도시이지만 해발 3500미터가 넘어서기 때문에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는다. 풍경을 맛볼 간단한 준비를 마치고 레스토랑에서 핫 초코 한잔에 몸을 녹이며 글을 몇 자 적다가 카메라를 들고 바깥으로 나가본다.


 마을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상점과 기념품점들이 존재한다. 허나 제대로된 기념품 등을 구하기는 어렵다. 상점에 놓인 대부분의 물건들은 가내수공을 거친 혹은 조금더 비약해 옆나라 어디선가 대량으로 제조되어 온 듯한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추억을 담으면 특별한 물건이 될지는 모르지만 이 물건들을 사는 것은 어려운 생활을 하는 그들을 돕는다는 생각을 하는게 나아보인다.


포터나 가이드 없이 여행하는 '진짜 트랙커'들




 인터넷에 기재된 정보에는 (2015년 기준) 포터의 비용이 하루 15달러로 고정되어 있는데, 중간중간 고지대마을에서는 포터들이 좀 더 편안히 휴식할 수 있도록 하루 이용권 같은 티켓을 구매한다. 웹상의 정보로만 본다면 그 비용은 포터들 자신이 부담해야 하지만 대개의 경우 트랙커들이 이를 부담하곤 한다. 포터는 무거운 짐을 나누고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하며 안전에 관련된 문제도 관여하므로 이런 부분에서 너무 선을 그으면 오히려 포터와의 기싸움에 트레킹 자체가 피곤해질 수도 있다. 물론 트레킹에 숙련된 이라면 명확한 선을 정한 트레킹이 더 낫다. 네팔 역시 아시아의 다른 관광국과 마찬가지로 흥정문화가 존재하고 홀로 트레킹 한다면 모든 가격에 대해 흥정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호텔의 시설은 대동소이한 수준이지만 이번 호텔에는 두꺼운 이불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것은 매우 큰 장점이다. 고지대로 갈수록 숙소의 열악함은 커진다. 단열은 기대할 수 없고 어떤 곳은 그냥 돌을 쌓아 만든 담벼락이 자연의 험준함을 막아주는 전부다. 제 아무리 침낭에 파카에 핫팩에 모든 것을 끼고 자도 두꺼운 이불만은 못하다.


6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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