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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00 Ques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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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Apr 29. 2024

04 요즘 내 마음은 마치 햇빛 같다.

밝게 비나고 서서히 빛이 사그라들다 다시 밝게 환해지는 변화로운

빛을 좋아하나 봅니다.

기차 타고 가며 책을 읽는데 창가에서 들친 빛이 책에 앉아 춤을 추더라고요. 쨍하게 밝았다가 스르륵 꺼지며 회색에 가까워졌다가 다시금 반짝반짝 은빛가루를 뿌리며 보석처럼 반짝이는 하얀빛이 됐다가. 그 반복되는 변화가 마치 춤추는 거 같았어요.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핸드폰을 켰죠. 동영상을 찍었어요. 기차의 운치는 알았지만 기차에서 읽던 책에 앉은 빛의 경이로움을 볼 거라는 생각은 미처 못했으니까요. 그저 놀랍고 행복하고 황홀하기까지 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알았어요. 햇볕에, 바람에, 시원한 공기에, 조용한 아침 새소리에, 초록 잎이 무성하게 핀 벚꽃길을 걷는 4월의 일요일 오전에, 따사로운 볕이 가득 찬 한가로운 4월의 거리에, 그 모습에 반해 사진을 찍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빛을, 따뜻한 공기를, 따사로움을, 정겨움을, 고요함을, 도심 속 차가운 고요함까지 다 사랑하는 것을요. 살짝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감성을 많이 지니고 있다는 것을요.

그래서 저를 '조심히 잘 다루어주어야겠구나' 생각합니다. 작은 변화를 잘 느끼는 만큼 기쁨도 크지만 상처를 잘 받거든요. 그럴 때면 감상에 젖어 희열을 느낄 때만큼 혼자의 고통의 진폭을 겪을 테니 괜찮아?라고 알아채주고 토닥여주고 어루만져 주려고요.

햇빛에 감탄을 쓰려던 게 나 돌보기로 우회한 글이 됐네요.ㅎㅎ

저는 그래요. 작은 것에도 큰 기쁨, 큰 감동, 큰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인가 봅니다. 작은 거에 감동할 줄 아는 나. 그런 나를 이뻐해 주고 잘 컨트롤하며 살아야겠어요.

오늘은 비가 오네요. 이런 날은 운치도 즐기고, 불편한 교통도 느끼고, 빗방울 토독이는 창문도 보고, 비 오는 오후의 멋진 풍경인 파란 창문도 보며 오늘을 향유하며 즐기는 날이 되길 바랍니다. 모두에게 요. 그리도 저도요. 즐기는. 날이 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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