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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후 깨져버린 일상

새벽기상이 과연 좋은 걸까

by 선옥

지난 11일, 상하이 여행을 다녀왔다.
일상의 새로운 활력이 될 줄 알았지만, 막상 다녀온 뒤의 일상은 한없이 가라앉았다.

여행을 다녀오고 일상으로 복귀하기 싫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인천공항에 내린 뒤 곧바로 일을 시작했고, 퇴근 후 집에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누웠다.
여행 후 피곤함을 핑계로 늦은 밤까지 유튜브를 보다 잠들었고, 다음 날은 늦은 오전까지 잠을 잤다.

루틴을 깨고 싶지 않아 새벽 기상 습관을 유지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여행의 피로라는 이유로 하루, 이틀씩 늦잠을 자다 보니 새벽 기상은 어느새 무너져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는 건 그렇게 힘들면서, 늦게 일어나는 건 어쩜 이렇게 쉬운지.
며칠 만에 무너진 루틴은 다시 세우기 어려웠고, 오전 9시쯤 눈을 뜨면 밀려드는 건 후회와 자책뿐이었다.

그 시간에 평소라면 글을 쓰고, 운동을 마치고, 출근 준비까지 끝냈을 텐데.
이렇게 하루의 첫 단추를 놓치면, 하루 전체가 어그러지는 기분이 들었다.
‘실패했다’는 생각이 몸을 더 무겁게 만들었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새벽 수영을 쉬는 동안에도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만큼은 지키려 했다.
사람들은 종종 물었다. “수업도 없는데 왜 그렇게 일찍 일어나요?”

내게 새벽 기상이란 단순한 부지런함의 문제가 아니다.
하루의 첫 단추를 스스로 끼운다는, 자기 확신의 행동이다.
남들보다 앞서고 싶은 경쟁심이 아니라, 하루의 시작을 내가 선택한다는 감각 때문이다.

한껏 차가워진 공기와 어두운 하늘 속에서
이불 밖으로 몸을 꺼내는 건 여전히 쉽지 않다.
하지만 나에게 새벽 기상은 여전히, 스스로를 믿게 하는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루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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