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모자를 쓰고 출근하다니

암 4기 환자의 회사 복직일기 6

by 이유

복직한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모자를 쓰고 출근한 분을 마주쳤다.


휴직 전, 우리 회사는 복장에 보수적인 편이었다. 정장이나 구두를 신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런데 내가 휴직한 사이, 회사는 캐쥬얼 복장을 장려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후드티, 청바지, 운동복 등 모두가 편안한 옷을 입고 출근을 했다.


모자를 쓰고 계신 그분을 보고는 우리 회사의 복장이 편해진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러다 한동안 그 분을 보지 못했다.


복직한 지 두 달 정도가 된 어느 날, 또 다시 모자를 쓴 그분을 다시 마주쳤다.
같은 야구 모자를 쓰고 계셨지만 이번에는 무언가 야윈 모습이었다.
순간 다른 분을 그분이라고 착각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분은 탕비실 앞에서 반가워하는 동료와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료는 무언가 따뜻한 눈빛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그분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분이 사실 항암치료 중이라는 것을 말이다. 자세한 건 알 수 없으나 예전에 췌장암으로 치료를 받으셨지만 재발이 돼서 다시 항암 치료를 받고 계시는 것이었다.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지금 항암치료 중이라고요?” 나는 그 순간 너무 놀랐다. 회사가 캐주얼해져서 모자를 쓰신 게 아니라, 항암치료로 빠진 머리를 가리기 위해 쓰셨던 거였구나.


그래서 모자를 쓰고 오신 거였구나. 알고 보니 항암치료 중이라 재택근무를 병행하고 계셨고, 가끔씩 회사에 출근하고 계신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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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생일, 암 4기 진단과 수술을 생일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책으로 썼고, 그 이후의 삶을 여전히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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