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유와 발사믹

위암 4기 암생존자의 복직 일기

by 이유

인수인계를 받기 위해 강의실에 앉았다. 강의를 맡은 이들은 10년, 20년 넘게 이 업계에서 일해온 선배들이었다. 이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분들부터 동종 업계의 타회사에서 이직한 분들까지. 그러나 이 업계에 꽤나 오래 몸 담은 분들이었다.


내공이 가득한 그들이 전하는 말 한마디는 통찰력이 있었고 단단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시간의 층위를 견디며 쌓아온 지식과 경험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이야기들이 내게는 어딘가 낯설게 다가왔다. 나는 이 부서의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기껏 해 봐야 두달차이다.


올리브유에 발사믹 식초를 한두 방울 떨어뜨려 놓은 소스가 생각이 났다.

샛노란 올리브유 위에 둥둥 떠 있는 적갈색의 올리브유. 기름인 올리브유와 식초인 발사믹은 서로 섞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함께 잘 섞어서 치아바타 빵을 푹 찍어 먹으면, 묘하게 어울리는 맛이 난다.


오늘의 인수인계는 그러하게 느껴졌다. 오랜 시간의 무게를 지닌 올리브유 같은 그들의 이야기 속에, 불쑥 한 두 방울 떨어져 있는 발사믹 식초 같은 나. 무겁고 가라앉아 있는 올리브유 같은 그들에 잘 섞여 보이기 위해 열심히 하지만 영 겉돌고 있다.


돌아온 지 두 달이 된 나는 여전히 이 조직에 완전히 섞이지 못한 발사믹 식초 같았다.

섞여 보려고 하지만 둥둥 떠 있는 그 발사믹 식초.

그래도 치아바타에 콕콕 찍어 올리브유와 같이 치아바타 빵에 흡수되어서 먹으면 맛있듯이,

나도 겉돌지만 같이 또 보면 잘 어우러지지 않을까?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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