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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견하는 상담사 Mar 18. 2024

친구관계가 어려운 민감한 여고생


사례 속 내용은 실제 인물과 무관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가상의 사례를 만든 것입니다.

      

고등학생인 k는 엄마를 따라 상담실을 방문했다. 상담사와 단둘이 마주 앉아 있는 내내 k는 상담사를 똑바로 보지 못한다. 눈을 마주치는 건 고사하고 얼굴을 들지 못하며 자신의 손만 내려다본다. 상담사의 질문에도 단답식으로 답하고 대부분은 고개로 의사 표현을 하는 모습이다. 상담사의 질문에 모르겠다는 대답이 많았지만, 대답을 아예 안 하는 건 아니었다.

     

k의 엄마는 아이가 전학을 와서 2주 정도 학교에 다녔는데 그새 친구들이 자신에 대해 나쁜 이야기를 한다는 소문을 들었단다. 그 소문을 들은 이후에 기분이 가라앉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죽고 싶다는 말까지 한다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이를 데리고 상담소를 찾았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왕따 경험 이후 활발했던 아이가 위축되고, 고등학교 때 특기생으로 가게 된 학교에서는 선배들에게 시달린 것 같다고 한다.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두어야 해서 지금의 학교를 옮기게 되었는데 이런 사태가 생겨서 엄마는 걱정이 크다. 엄마는 k가 친구들의 말과 행동에 크게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며, 친구가 하는 것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고 한다. 이런 k를 보면 속상하지만, 한편으로는 저만한 일로 죽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가 이해가 안 간다.

      

k는 이렇게 살아서 뭐 하나 싶다. 사라지고 싶고 원하는 것도 없다는 k는 ‘죽고 싶은 만큼 힘들구나’라는 상담사의 말에 왈칵 눈물을 흘린다. k는 죽으려고 방법도 찾아보고 옥상에 올라가기도 했단다. k의 말에 상담사는 옥상까지 올라갔는데 뛰어내리지 않은 이유를 묻자, ‘죽지는 않고 더 힘들어질 거 같다’라고 작은 소리로 겨우 말한다. 죽지도 않고 다치거나 낙인이 찍힐 것 같다며 엄마에게도 낙인이 찍혀 안 좋은 소리를 엄마가 들을 것 같단다. 마음이 편해지고 싶은 마음은 없는지 묻는 상담사의 말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k가 사라지고 싶다는 말은 진심이다. k는 지금 겪는 고통이 자신이 죽어야 끝날 거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겪었던 친구들과의 문제를 잘 해결해 본 경험이 없는 k는 다른 방법을 알 리가 없다. 엄마에게 하소연을 해봐도 엄마도 해결해 줄 수 없다. 오히려 죽고 싶다는 말에 엄마는 더 화를 낸다.

      

k는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다. 먼저 말을 걸어주면 그 친구가 정말 고맙고 세상이 너무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러나 친구들이 자신과 밥을 같이 먹으러 가지 않거나, 자신이 아닌 다른 친구의 팔짱을 끼면 아름답던 세상이 암흑으로 변한다. 그때부터 k는 위축되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k의 매우 민감한 특성으로 인한 자극에 과도하게 영향을 받으며 나타나는 반응이다. 

     

외부의 자극을 많이 느끼고 그것에 크게 영향을 받는 건 민감함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다른 사람이 알아채지 못하는 미세한 자극도 알아채는 k는 친구들의 작은 표정과 행동을 알아챈다. 그리고 k가 알아챈 친구들의 변화를 자신과 연결 지어 부정적으로 해석한다. 친구의 의도가 그렇지 않다고 해도 말이다. 

     

k는 자신이 외부자극의 미묘한 변화를 잘 알아채고 많은 자극을 느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자극들에 크게 영향을 받아 감정과 행동 반응이 나타난다는 사실도 인식하고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반응들이 친구 관계에서 다른 친구들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어야 한다.

      

부모는 k가 자신의 민감하고 예민한 특성을 알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자신의 민감하고 예민한 특성이 약점이 아니라 특별한 재능이 될 수 있음을 알게 해야 한다. 그런 후에야 k는 자신의 민감하고 예민한 특성을 잘 다루는 방법을 배우겠다는 결심과 노력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진: UnsplashJr Kor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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