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하고 예민한 아이
부모교육 시간에 참여한 아버님이 고민이자 질문을 하셨다. 아이가 김치를 잘 먹었으면 좋겠는데 아이는 절대 김치를 안 먹는단다. 김치를 먹으라고 회유도 해보고 혼내기도 했지만 결국엔 안 먹고 아이와 사이만 나빠졌단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질문을 해왔다.
질문을 듣고 나는 다시 질문을 했다. “아이에게 김치를 꼭 먹이셔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순간 멈칫하더니 아버님은 “김치가 몸에도 좋고 김치가 얼마나 맛있는데 아이가 모르는 것 같아서..” 아버님의 대답에 다시 질문을 하면서 대화는 이렇다.
강사: “아이가 김치를 먹어봤나요?”
아버지: “네”
강사: “맛있다고 하던가요?”
아버지: “아니오.”
강사: “왜 싫다던가요?”
아버지: ......
옆에 있던 엄마가 대신 답을 하였다.
“냄새가 싫데요.”
아버님은 아이가 김치냄새를 싫어한다는 건 처음 듣는 듯했다. 김치가 냄새가 싫어서 안 먹는 아이한테 맛을 가지고 말하니 전혀 통하지 않는 거다. 그리고 먹기 싫은 걸 강요하면 먹기 싫은 것에서 절대 안 먹어로 바뀔 수 있다. 아이가 싫어하는 음식을 먹게 하려면 먹어보도록 권유할 수 있지만 강요하면 역효과가 날 확률이 높다.
특히 민감하고 예민한 아이들은 오감에 예민한 아이가 많다. 오감 모두 예민할 수도 있지만, 청각만 예민할 수도, 촉각과 미각만 예민할 수도 있다. 앞의 아이처럼 후각에 예민한 아이에게 김치냄새가 예민하지 않은 아이들보다 강하게 느껴질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김치냄새가 아이에게는 기분 좋은 냄새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기분 좋지 않은 냄새가 강하게 맡아지는 음식을 먹기는 상당히 곤란하지 않을까!
교육에 참여한 아버님에게 나의 큰아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큰 아이는 김치를 절대 안 먹었다. 김치만 안 먹은 게 아니라 거의 모든 음식을 안 먹었다. 이제 21살이 된 큰 아이는 김치를 먹는다. 아주 한정된 조건에서만 먹지만 말이다. 큰아이가 김치를 먹는 기준은 라면 먹을 때와 수육, 삼겹살을 구워 먹는데 상추가 없을 때다. 그마저도 신김치는 안 먹는다. 큰아이가 김치를 가장 잘 먹을 때는 김장한 날 수육과 함께 나온 겉절이다. 큰아이는 신맛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걸 다 큰 후에야 알게 됐다.
좋아하는 맛이 별로 없기는 하지만, 김치는 신 맛 때문에 안 먹었던 거다. 그래도 절대 안 먹던 아이가 이제는 몇 가지 음식과는 김치를 먹는다는 것만으로 발전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아버님이 걱정하는 건강은 다른 음식으로 보충하던지 나의 아들처럼 편식이 심하다면 영양제나 보약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큰아이가 마르긴 했어도 잔병치레도 없고 키가 180센티라고 말했더니 아버님이 “그럼 됐습니다.”라며 웃으셨다.
민감하고 예민한 아이들이 보이는 반응들은 자극을 많이 받아들이고 영향은 크게 받기 때문이다. 아이가 부모의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다. 이 사실만 알고 있어도 아이와 갈등이 생기거나 사이가 나빠지는 일은 막을 수 있다. 아이가 자신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면 아이에게 물어보자. 의외로 아이들의 답이 합리적이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