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서 균형이 맞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관계에서의 균형은 내가 하나를 해주면 상대도 하나를 해줘야 한다는 개념과는 다르다. 관계에서의 균형은 자신을 기준으로 살펴봐야 한다. 내가 기대한 만큼 상대에게 받는다는 생각이 안 든다면 우리는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횟수나 양으로 환산되는 경우도 있지만, 감정적인 균형도 여기에 포함된다.
우리는 내가 상대를 좋아하는 만큼 상대가 나를 좋아해 주길 바란다. 상대가 자신만큼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크게 실망하거나 상처를 받는다. 처음의 몇 번은 참을 수 있지만 지속되고 반복된다면 한계에 이르게 되고 어느 순간에 폭발하게 된다.
민감하고 예민한 사람들은 특히 이러한 감정적 불균형을 잘 감지하고 크게 영향을 받는다. 민감하고 예민한 사람들은 이러한 감정적 불균형을 바로잡기보다는 우선 자신을 되돌아보며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자신이 너무 과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거나 자신의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에 이르면 민감하고 예민한 사람들은 자신이 느꼈던 실망과 상처는 밀어놓고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상대의 태도가 여전하고 감정적 불균형의 영향을 견디기 어려워지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이런 순간 민감하고 예민한 사람들이 자주 선택하는 방법이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다.
관계를 단절하기로 결심하게 된다고 그동안 자신이 느꼈던 실망감과 상처를 상대에게 토로하지는 않는다. 그저 그동안 자신이 먼저 해왔던 연락을 안 하고 이전에 상대를 위해 했던 노력들을 중단하면서 거리를 두는 거다.
사람들과 관계를 이러한 형태로 단절했던 경험이 자주 있었다면, 자신이 관계에서 상대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바라는 것을 작정하고 관계를 맺고 유지한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은연중에 우리는 상대가 나에게 해줬으면 하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이 상대를 위해 했던 도움들이 상대가 원하였던 건지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상대는 내가 온 마음으로 했던 조언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던 행동들이 자신의 경계를 침범당한다고 여길 수 있다. 당신이 그들을 위해 했던 도움들이 상대는 원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도움은 되었지만 원하지 않았기에 고맙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도움을 주면서 당신은 그들도 당신과 같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지는 않았나? 당신의 마음처럼 상대도 당신을 온 마음으로 신경 쓰고 도움을 주기 위해 고민하길 바라지는 않았을까? 혹은 당신이 상대를 위해 했던 도움들을 알아주고 인정해 주어 당신을 중요한 사람으로 여기길 바랐을 수도 있다.
자신의 이야기라고 여겨진다면 지금 맺고 있는 관계에서도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지금도 상대의 경계를 침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상대의 인정을 원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경계를 침범했다면 한 발짝 물러나야 하고 인정을 원했다면 다른 방법으로 인정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그래야 당신의 진정 원했던 친밀하고 진정한 관계를 맺고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사진: Unsplash의Piret Il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