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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구름 Jul 10. 2024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한겨레출판사, 2013.11.18.)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의 어린시절 사진

책소개

어린 소년의 시선으로 바라본 1980년대의 이야기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1977년부터 1981년 사이에 있었던 한 가족의 이야기를 어린 소년의 시선으로 담아낸 소설이다. 가족에 대한 따뜻하고 세밀한 묘사와 동생과 담임선생을 향한 내면적인 감정의 표현 같은 것들을 설득력 있게 그렸다.     

인왕산 자락의 산동네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년 동구에게 6년의 터울이 지는 여동생 영주가 태어난다. 동구는 순수하고 사려 깊은 아이지만 3학년이 되도록 한글을 읽지 못하여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처지이고, 집에서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고부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반면 사랑스러운 여동생 영주는 늦둥이로 태어나 온 가족의 사랑을 한 몸에 모으며 총명하기가 이를 데 없어 세 돌도 되기 전에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한글을 줄줄 읽는 영재성을 보이는데…….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자 지난 이십여 년간 우리 소설의 중요한 화두였던 '1980'은 어린아이의 시선을 통과하면서 평범한 이웃의 모습과 삼촌, 박 선생님의 입을 통해 역사적 사건이 삶의 일부가 된다. 그리고 1981년, 마지막 기록을 끝으로 작가는 누구나 가슴속에 환하게 간직하고 있을 황금빛 유년의 기억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


읽은 소감

몰입도가 상당히 좋았다.

세밀한 비유와 묘사들이 장점이었지만 때때로 과도한 부분도 있어서 독서에 방해될 정도도 있었다.     

스테디셀러답게 전체적인 완성도가 상당히 높았다.

저자가 공들여 쓴 소설인 것이 느껴졌다.

쓰는 내내 저자의 마음속을 알고 싶어졌다. 

그 정도로 아름다운 문체와 반대로 충격적인 반전들이 머릿속을 뒤집어 놓았다.     

동구의 아름다운 정원은 아주 잠시 동구를 즐겁게 해 주고 오래도록 여운을 준다. 오히려 동구에게서 멀어진다. 그것이 동구의 아름다운 정원이다. 그런 정원은 이제 잊어버리길 바란다.


∎인상 깊었던 문장

정원을 떠나며     

나를 믿고 감을 향해 손을 뻗었던 영주는 허공에서 손을 한번 허우적거린 후 도리 없이 뒤로 넘어간다. 나는 히히덕거리며 흙바닥에 누워 있는 영주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운다.

`거봐, 이제 계단 모서리는 다 부서졌고 흙도 부드러워서 전혀 다치지 않아.`

∎이유

동구의 아픈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문장이었다. 소설이지만 소설답지 않은 사실적인 표현들이 내 마음을 위로해 줬다.     

동구는 그렇게 아픔을 삭인다.


*논제 1)

이 소설은 70년대 말 80년대 초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굉장히 어수선한 시대였더군요. 제가 근현대사에 관한 관심과 배경지식이 많이 부족하다 보니 소설에서 쓰인 정보만으로 글을 읽어야 해서 그 시대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의문이 듭니다. 여러분들이 느끼신 느낌과 감상이 궁금합니다.


내 기억 속의 어릴 적 모습들과 많은 부분 닮아 있었다. 그래서 그때의 모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가슴이 아련해지는 순간들이 많았다. 시대를 이야기하는 작품들은 철저한 조사와 기억들의 검증이 수도 없이 이루어지며 그것을 소설로 잘 녹여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저자는 그런 부분에서 아주 꼼꼼하고 디테일한 성격의 소유자로 느껴졌다. 그만큼 소설의 많은 부분이 거짓 없이 그 시대를 나에게 강요해 주었다.


*논제 2)     

소설의 화자는 동구지만 저는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서 그런지 동구엄마의 입장에 격하게 몰입했어요. 81년에 아끼던 딸을 사고로 잃고 할머니의 악담에 할머니가 아끼는 고추장단지를 들고 들어와 방에 패대기치는 장면에서는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여러분들의 소설 속 인상 깊은 장면은 무엇이었을까요???


황금빛 깃털의 새 

그 지독한 고등어 비린내로 마비되다시피 한 내 코에 아련한 과일 내음이 스몄고 귓가에는 선생님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동구야, 걱정하지 마. 네가 클 때까지 선생님이 기다려줄게. 남자 친구도 사귀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고 이대로 기다릴게. 아무 걱정 말고 지금처럼 예쁘게 자라기만 하렴.”

나는 깜짝 놀라서 입을 딱 벌리고 멍하니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선생님은 꼭 한번 눈을 찡긋해 보이고는 이내 모른 체 이태혁과 삼촌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갑자기 심장이 미친 듯이 두 방망이질 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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