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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dsbird Apr 15. 2024

나의 꿈은 나를 불행하게 하는가


렸을 때 아빠가 한 말이 있다. 나이가 들면 들 수록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일이 많아진다고. 그러니 할 수 있을 때 마음 것 하고 싶은 것을 해보라고.


그 말이 씨가 되었던 것일까. 난 항상 언젠가 다가올 나의 꿈의 마감일, 즉 인생에 책임질 것들이 많아지면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못하게 될 때가 언젠가는 닥칠 거란 생각에 2-30대를 정말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들을 시도해 왔다. 누군가에겐 용감하고 누군가에겐 무모하게 보일지도 모르는 일들을 잘도 벌려댔고, 계획대로 잘 되지 않을 땐 내 무모함을 탓하고 후회하는 때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마음먹은 일들은 이뤄냈다. 무언가에 꽂히면 불도그같이 놓지 않는 끈기와 천성적인 꼼꼼함 덕분에 목표한 일들은 야무지게 잘도 해냈다.


이루어낸 일들이 쌓일수록 자신감도 성취감도 커져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쌓아 올린 '성취'라는 탑은 가끔씩 나의 마음에 기다란 그늘을 드리운다. '언젠가는 가지면 좋겠다'란의 몽글몽글한 '꿈'의 영역에 속하던 큰 집, 좋은 옷, 높은 사회적 지위 등은 어느새 '꼭 이루어야'겠는 '야망'의 영역으로 바뀌었고 나이가 차면 찰 수록 아직 이들을 이루지 못했다는 조바심에 빠진다. 젊음을 낭비하지 않고 철저하게 목표 지점으로 날 이끌어 이정표이자 인생의 동력이 돼주었던 꿈들은 가끔 '아직도 거기냐'라는 매몰찬 말과 함께 나를 싸늘하게 바라본다.


특히 커리어적으로 이루어냈던 것들을 뒤로하고 퇴사를 한지 반년이 지나가는 이 시점, 열심히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아직 '이거다'란 성과는 없는 이 시점에서, 내가 가졌던 꿈들은 거품 낀 욕심이었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꿈. 무언갈 이루고 싶다는 소망을 담은 동화 같은 이 단어는 한 때는 사냥에 나선 맹렬한 사자 같은 모습의 야망으로, 한 때는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평불만을 해대는 할망구 같은 존재로 오늘도 내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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