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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dsbird Apr 18. 2024

또 퇴사를 해야 하나

커리어 내내 대기업만 다니다 작년 퇴사하고, 몇 달 전 스타트업에 조인했다. 공식적인 오피스도 없는, 팀의 3분의 1이 사장 가족이고 회사 전원 수가 한 손에 꼽히는 그런 조그마한 곳. 


풀재택인 데다 정해진 근무 시간도 없어 처음엔 이런 자유스러움이 좋았다. 눈치 볼 필요 없이 내 개인 스케줄에 맞춰 일을 할 수 있으니 주중에 은행이나 병원을 가는 등 개인 업무 보는 것도 편했고, 자주 밤늦게까지 일하거나 주말에 일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원래 열정적으로 일하는 스타일이라 그리 개이치 않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다시 심각하게 퇴사를 고민 중이다. 


얼마 전 사장은 내 스케줄이 괜찮은지 단 한마디의 상의도 없이 4주 내내 클라이언트와 일정을 잡아 놓곤 내게 알려주지도 않아 난 나중에야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허겁지겁 강아지 돌봐줄 곳을 찾고 주말 일정을 취소하느라 정신이 없다. 


업무량이 많고 스타트업이라 이일 저일 하게 되는 건 전혀 상관없는데, 너무 당연한 듯 부르면 언제든지 일을 해야 한다는 식의 태도는 받아들일 수 없다. 부득이하게 주말에 일을 해야 한다면 적어도 미리 알려주는 배려 정도는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자기 일에만 빠져, 다른 사람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사장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봐왔고 참아왔는데 계속 이렇게는 일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든다. 사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어 있던 틀 잡힌 조직이 그리워진다.


또다시 퇴사를 해야 하나. 홧김에 든 생각이지만 정말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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