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오늘의 식탁 - 12월 6일
추운 한겨울, 길거리에서 파는 호떡을 손에 들고 호호 불며 크게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속에서 꾸덕하니 흘러나오는 달콤한 소. 홍콩 살 때 이 느낌을 재현해 주는 음식이 바로 소금에 절인 달걀노른자 커스터드가 들어간 류사바오(流沙包)였다.
포송포송한 찐빵 속에 버터, 설탕, 가루우유, 소금에 절인 노른자를 섞어 만든 노란 크림 소. 달콤 짭조름한 이 맛은 쫀득한 반죽과 달콤한 계피맛이 특징인 한국 호떡의 맛과는 아주 많이 다르지만, 한입 물었을 때 온몸을 감싸는 따스함은 호떡을 먹을 때 느끼는 행복감을 똑같이 느끼게 해 준다.
사실 오늘은 류사바오를 먹을 계획이 전혀 없었다. 일주일 동안 땅콩호박 리조토와 생크림 소스가 들어간 롤카베츠를 먹었더니 속이 조금 느끼했고, 그래서 정말 한국적인 음식이 먹고 싶어 우거지된장국을 만들기 위해 집 근처에 있는 중국슈퍼로 발걸음 했다. 무를 사기 위해서였다. 사실 어제도 다른 큰 중국 슈퍼마켓에 무를 구하러 갔었지만 무 상태가 너무 시들시들해 다시 집에 돌아왔고, 오늘 아침에 다른 가게를 간 거였는데, 이번 가게에서 파는 무도 상태가 참 별로였다.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오긴 뭣해서 아무 생각 없이 가게를 둘러보다가 냉동실에서 내가 홍콩에서 즐겨 먹던 류사바오가 눈에 띈 것이다.
류사바오는 중국 딤섬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메뉴인데, 특이한 건 이 달콤한 빵을 중국 사람들은 후식으로서가 아닌 다른 본식 딤섬과 같이 먹는다는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먹든, 어쨌든 네놈은 오늘 내 아침으로 정했다. 냄비에 8분 찐 후 막 뽑아낸 커피와 함께 먹으니 살살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