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8일. 런던 북부에 위치한 클럽 드럼셰드(Drumsheds)에서 오징어 게임 레이브가 열렸다. 드럼셰드는 이케아 매장을 개조해 만든, 최대 15,000명까지 수용 가능한 어마어마한 규모의 클럽이다.
12월 26일 개봉할 오징어 게임 시즌 2를 맞이해 넷플릭스 주최로 열린 이 행사는 유명 DJ 페기 구를 라인업으로 내새우며 행사전 홍보때도 '힙'함을 강조한 행사였다.
티켓 가격은 무료. 한시간을 대기해 운좋게 구한 티켓은 15분 뒤에 매진되었으니 런던 오징어 게임 레이브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 행사였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참여한 행사는 넷플릭스 주최 행사답게 감탄이 연발로 나오는 행사였다.
드럼셰드 클럽은 런던 북쪽 외각에 있는 클럽이라 Tottenham Hale 역에서 내려 드럼셰드 전용 셔틀버스를 타고 다시 이동해야했다. 우린 행사 시작시간인 6시에 딱 맞추어 이른듯 갔기 때문에 우리가 탄 2층 버스는 한산했지만, 우리 버스 뒤로 주차된 드럼셰드 버스만 적어도 5대는 되었으니 얼마나 많은 인파가 몰릴지 예상이 되었다.
버스로 20분 걸려 행사장에 도착해 security check를 하는데 가방 수색은 얼마나 꼼꼼하게 하든지. 가방에 부착된 작은 주머니까지 일일이 열어보고 들어있는 소지품을 하나하나 다 꺼내본다. 홍보용 행사라 그런지 더 사건사고가 없도록 대응하는 것 같았다.
무료로 제공되는 라커에 소지품을 보관하고, 무료 음료 제공권 팔찌를 받아 행사장에 가는 길엔 군데 군데 빨간 제복을 입은 진행요원들이 서있었다. 게임 참여를 환영하는 프론트맨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사람들은 진행요원 옆에서 셀피찍기에 정신이 없다. 뿌연 스모크에 강열한 스팟라이트로 어떤 각도로 사진을 찍어도 정말 잘 나오도록 디자인 된 곳이다.
사진엔 없지만 포토존 옆엔 증강현실(AR)방이 설치되있어 행사에 재미를 더했다. 방에 들어가 움직이면 벽에 내 움직임 그대로 진행요원 이미지가 움직이는 체험방이다.
포토존을 지나 메인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클럽 댄스플로어와 푸드코트를 나누는 벽에 2층으로 서있는 진행요원들의 모습은 정말 압도적이었다.
댄스플로어는 나중에 구경하기로 하고 우린 먼저 푸드코트로 향했다. 나중에 사람들이 붐비면 길게 줄을 설께 뻔하니 일단 최대한 많이 먹어두자는 전략이다. 10개 정도의 가게들로 구성된 푸드 코트는 한국 스트리트 감성을 너무나 잘 살린 공간이었다. 군데 군데 붙어있는 레트로 포스터와 광고, 편의점 앞에서 볼 수 있는 접이식 의자와 스텐 테이블, 파라솔. 벽 한구석엔 스프레이캔으로 동그라미, 세모, 네모 모양이 낙서되있고, 다른 한 구석엔 로케트 전자 포스터가 붙어있다.
런던에서 한국 음식만 모아둔 푸드 코트는 처음이라 기분이 들뜰때로 들떠버렸다. 핫도그 하나에 12파운드 (약 2만원), 김치전 한장에 10파운드(약 1만 8천원) - 한국 물가 생각하면 돈주고는 못사먹을 가격이지만 런던 스트리트 푸드 가격 기준으론 평준인 가격이다. 떡볶이를 시키니 적색양배추 코우슬로와 김치와 함께 나오고, 양념치킨은 감자튀김과 함께 서빙되는 등 프리젠테이션은 퓨젼이었지만 맛은 한국 맛 그대로를 재현해 정말 만족스러운 푸드 셀렉션이다.
살짝 아쉬운건 주류 셀렉션이었다. 소주나 막걸리를 베이스로한 칵테일 메뉴가 있지 않을까 한껏 기대했는데 한국 음료론 삼진 멜론 소다와 망고 소다가 다였고 알코올로는 맥주, 애플사이다, 와인정도가 전부였다. 어쨌든 음식은 정말 맛있었으니 이걸로 됐다.
푸드 코드 옆엔 VIP 장소가 있었다. 오징어게임속 VIP석 장면을 재현해 표범, 호랑이 무늬의 딱 달라붙는 바디수트를 입고 요염하게 움직이는 스탭들이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 있는 테이블 사이를 걸어다니고 있었다. 레트로한 감성의 푸드코트와는 아주 다른 분위기였지만, 댄스플로어에서도, 푸드코트에서도 동떨어져 흥은 한껏 떨어져 보이는 곳이었다.
자, 이제 대망의 댄스플로어로 가보자. 천장엔 동그라미, 세모, 네모 모양으로 크게 조명이 달려있고 무대 위 LCD 스크린엔 영희와 진행요원을 모티브로 한 화면이 음악 전자 리듬에 맞춰 번쩍거린다.
페기 구가 DJ를 할땐 LCD 화면엔 글자 '구'로 가득찼고 심지어 화면에 등장하는 진행요원의 마스크에도 '구'로 써있었다. 가까이서 보는 페기 구는 정말 카리스마 넘쳤다.
모두들 페기 구에 열광하며 춤을 추는 가운데, 소리없이 뒤에 등장해 행사를 조용히 바라보다 사라지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프론트맨! 푸드코트 벽 구석에 있는 작은 동그라미 세모 네모 낙서처럼, 이 행사엔 이런 이스터 에그들이 군데군데 있어 재미를 배로 더했다.
레이브가 끝나고 행사장을 나오는 길엔 진행 요원들이 두 줄로 서서 기념품을 나누어 주었다. 바로 진행요원 제복과 마스크다.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즐거웠던 런던 오징어 게임 레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