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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dsbird Aug 09. 2024

이런 리더는 제발 되지 말기를

회사 업무 밖으로 따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금전적인 보상은 없지만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보람 있고 의미 있을 일이라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하는 프로젝트다. 실력 있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들이 모였기에 같이 일하는 게 참 순조롭다. 


미팅을 하면 누군가 알아서 필요한 정보들을 찾아 화면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은 일목 정연하게 회의 내용을 정리한다. 일일이 누군가를 지명해 일을 부탁하지 않아도 모두 알아서 서로 필요한 부분들을 채워주는, 정말 환상의 팀이다. 자원봉사자로 이루어진 팀이란 게, 그리고 직접 얼굴 보며 같은 한자리에 있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일은 척척 속 시원하게 진행된다. 


이런 드림팀이 일하는데 제일 방해가 되는 요소가 있다. 바로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리더다. 15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해오면서 이렇게 까지 리더십 없는 리더는 처음이다. 리더십이 부족한 걸 떠나 일을 진행하는데 걸리적거리기만 하는 그런 존재가 이 사람이다. 


이 사람은 팀 미팅을 잘하려고 하지 않는다. 1:1로 한 사람, 한 사람씩 전화를 걸어 정보를 전달한다. 왜 전체 미팅에서 정보를 공유하지 않냐고 물어보면 개개인마다 전달할 사항이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한다. 본인이 굳이 그렇게 시간을 쓰겠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렇게 걸려오는 일대일 전화 통화에서 다른 팀원들과의 관계까지 통제하려 들었다. 누가 누구와 소통해야 하는지 테이블까지 만들어 보내기까지 했다. 본인 마음에 들지 않은 팀원이 생기자 그 사람과 직접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나를 포함한 다른 팀원에게 전화를 걸어 그 사람에게 더 이상 업무를 주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 


팀 미팅이 열리면 참으로 두서없이 진행된다. 도대체 무엇을 논의하려고 모였는지 모를 때가 대부분이다. 보다 못해 미리 어젠다를 짜고 대략적인 스케줄까지 잡아 주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미팅에서 본인이 대답하기 껄끄러운 질문이 나오면 그런 질문은 하지 말라고 그냥 입막음해버린다. 팀원들이 업무를 진행하는데 꼭 필요한 정보를 요청해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해결해 줄 테니 걱정 말라'라는 기약 없는 약속만 들으며 몇 개월이 지나갔다. 


업무 지시 또한 참으로 정신없다. A에게 업무를 지시해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무 설명 없이 같은 일을 B에게 넘긴다. B가 A에게 핸드오버를 받고 일을 하고 있는데 전체 미팅에선 C에게 수정을 요청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수정 원하는지 물어봐도 '다시 수정해 주세요'란 아무 도움 안 되는 애매한 말만 반복할 뿐이다. 그리고 미팅 후 A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업무를 맡긴다. 느낌 가는 데로 휙휙 결정을 번복하고, 바뀐 결정사항이 팀원들에게 제대로 공유되지 않으니 누가 무슨 일을 맡았는지 도통 파악이 안 된다. 내게 업무 요청이 들어와도 언제 또 바뀔지 모르니 일을 시작하기가 망설여진다. 


이러니 팀원들의 사기도 점점 떨어진다. 리더가 문자를 보내도 답도 잘하지 않고, 리더 없이 미팅을 하게 되면 힘들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온다. 입이 아플 정도로 어려운 점들을 이야기했지만 바뀌는 건 없다. 돌아버릴 지경이다. 


처음엔 단순히 리더가 스킬이 부족해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사람과 함께 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통제를 통해 권위를 세우려는 모습을 자꾸 보게 된다. 리더로서뿐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신뢰까지 떨어지게 하는 부분이다. 개선을 제기하는 사람은 맡은 업무에서 조용히 배제된다. 모두가 거의 포기한 상태다. 독재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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