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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dsbird Jun 26. 2024

커피여 내게 오라

오늘은 종합 건강검진이 있는 날이다. 검사 전까진 카페인 섭취는 하지 말라길래 아침을 커피 없이 견뎌내는 중이다. 조금 힘들 건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타격이 클 줄이야.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고, 유산소 운동도 하고, 개운하게 샤워도 했지만 내 정신은 현재 안개가 낀 것처럼 희미하다. 지금쯤이면 워싱턴에서 지인이 사다 준 다크로스트 원두로 내린 드립 커피의 고소한 향을 음미하며 열심히 글을 쓸 시간인데, 그 커피 한 잔을 마시지 못해 이 말 썼다가 저 말 썼다가 사경을 헤매는 중이다. 


내가 왜 건강검진을 오후에 잡았는지, 엄청 후회 중이다. 검진까지는 아직 4시간은 남았으니 그냥 한 잔 정도는 마셔도 괜찮지 않을까? 커피를 내리고 향을 맡으면 그나마 정신이 맑아질까? 아니면 원두를 그냥 내 옆에 놔두어 볼까? 디카프 커피라도 내려서 마셔볼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카페인을 마시지 말라고 한 병원에 괜히 화가 난다. 


내 하루의 시작이 이렇게 음료 한 잔에 좌지우지되다니. 커피란 녀석은 알고 보니 참 힘센 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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