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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판단하는 가장 조용한 기준, ‘말’

by Windsbird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럴 때마다 '이 세상엔 참 별의별 사람이 다 있구나' 싶다. 일을 터무니없이 못하는 사람, 비열한 사람, 겁 많고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 거짓말을 습관처럼 하는 사람들까지.


협업할 때마다 마치 지뢰를 밟는 기분이다. 나만 유난히 운이 없는 건가 싶다가도, 이제는 이 경험들 덕분에 내 사람에 대한 기준이 분명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 단점이 있고, 스타일이 다르고, 가끔은 충돌도 생긴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묻는다. 이 사람과 소통하며 조율해가며 앞으로도 함께 갈 수 있을까? 아니면 여기서 마무리 짓고 각자의 길을 가야할까?


이 판단의 기준은 단순히 '일을 잘하느냐'가 아니다. 그보다 더 깊은, 나의 가치관과 맞닿아 있다. 사람 사이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다양한 상황을 겪으며 점점 더 분명해 졌다.


나는 진실되지 않은 말에 가장 강하게 반응한다. 사실을 은근히 숨기거나, 말의 흐름을 바꿔가며 책임을 피해가거나, 앞뒤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들을 보면 깊은 반감이 생긴다.


말의 무게는 사람의 무게와 같다. 말을 쉽게 내뱉는 사람은 책임감도 가볍다. 빈말이 많고 앞뒤가 맞지 않다. 돌아서면 '그런 말 한 적 없는데요?'하며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기도 한다. 이런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참 피곤하다. 내 귀에 아주 정밀한 필터를 장착해 어떤 말이 진짜고 어떤 말이 가짜인지 걸러내는 작업을 끊임없이 해가며 대화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묵직한 사람은 말도 조심스럽게 한다. 신중하게, 고민 끝에 내뱉은 그의 말엔 믿음이 간다. 발언 하나 하나에 귀 기울여 듣게되고 대화하는 시간들이 쌓이면서 신뢰 역시 깊어진다. 그 사람의 말은 상황에 따라 쉽게 바뀌지 않는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혹여 어긋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먼저 나서서 책임지고 정정하려 한다. 가끔 일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우리는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며 문제를 함께 풀어간다. 억지로 끌고 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방향이 잡히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관계는 점점 더 편안해진다. 그렇게 협업도 한결 수월해진다.


결국 말은 그 사람의 그릇을 드러낸다. 어떤 말은 가볍게 흩어지고, 어떤 말은 오랜 시간 마음에 남는다. 나는 오늘도 그무게를 느끼며, 나 역시 더 단단한 말을 고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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