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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꾸기는 멈추었을까

by Windsbird

'미래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어릴 땐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반짝이는 눈으로 내 미래를 상상하곤 했다.


함께 매일 글쓰기를 하고 있는 작가님들이 오늘 올리신 '지난 10년', 그리고 '지금부터 10년 후의 인생'에 대한 글을 읽으며, 나 역시 10년 후 계획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됐다. 막연하게 '더 큰 집에 살고 싶다', '돈 많이 벌고 싶다', '건강하게 살고싶다'란 바램이 아닌, 내가 진정으로 갈망하고 원하는 반짝거리는 그 '꿈'을 난 아직도 꾸고 있는지, 혹은 이미 '꿈'을 꿀 나이는 지나버린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어린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온갖 반짝이는 꿈들이 쏟아져나온다. 공주 같은 옷을 입고 우아하게 춤을 추는 '발레리나', 똑똑해야만 될 수 있을 것 같은 '과학자', 가장 멋있어 보이는 직업인 '대통령'. 이들은 내가 어릴때 가장 인기 많던 장래희망들이었다.


유치원생때 나의 꿈은 '버스운전사'였다. 교통카드가 도입되기 훨씬 전이었던 90년 초반 버스를 타면, 운전사 아저씨 옆에 있는 커다란 플라스틱 통엔 항상 동전이 가득했기 때문에, 버스 운전사가 되면 부자가 될 줄 알았다. 그러다 초등학교 들어가고선 '작가'가 되길 희망했다. 그때 가장 친했던 반 친구 장래희망이 '작가'라는 말을 듣곤, 내 꿈도 작가로 정했었다. 그러다가 삼각모자를 쓰고 이젤 앞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로망이 되어 내 꿈은 '화가'로 바뀌었다.


나이가 먹으며 나의 '꿈'의 폭은 점점 줄어들었다. 대학교에서 영화제작을 전공하며 나의 희망직업은 '영화 감독'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언론사에서 첫 사회생활을 하게 됬고, 이를 계기로 쭉 언론계에서 20년 가까이 일을 하게 됬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서, 치열하게 살다보니 꿈이고 나발이고 앞날을 헤쳐나기 바빴다. '지금부터 10년 후의 인생 디자인'같은 건 생각조차 할 여유도 없이 살아온건 아니였을까 - 란 생각과 함께, '아니, 잠깐' 하고 나를 붙잡는 조용한 내면의 목소리가 있다.


'장래희망'까진 아니였지만 난 어렸을때 부터 꼭 하고 싶었던 일들이 몇가지가 있다.

한비야의 책들을 읽고 깊게 감명을 받아 나도 혼자서 오지를 여행하고 싶었고, 여기저기 다니며 그 나라 고유의 음식을 보두 맛보고 싶었다. 그리고 언젠간 고아원을 열어 부모 없는 아이들을 돌봐주고 싶었다. 소박하지만, '버스 운전사가 되고싶어요', '좋은 대학교 가고 싶어요' 같은 잠시 있었다 사라지는 일시적인 꿈이 아닌, 내 마음속 깊숙이 파고들어 가장 나와 오래 함께한 꿈들이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내 돈이 처음 생기면서 요르단, 부르키나파소등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곳들을 나혼자 여행했고, 내 집이 생기고 부턴 아주 단기간이긴 하지만 위탁 부모로 등록해 가정이 어려운 아이들을 몇 번 돌보았다. 아직 가보지 못한 나라들은 너무 많고, 고아원을 세울 여건도 되지 않지만, 내 마음속 깊숙히 가지고 있던 꿈은 조금은 이뤄온 셈이다.


그리고 성인이 된 후 새로 품게 된 꿈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것. 오랜 고민 끝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요리학교에 등록했고, 곧 새로운 배움의 길을 시작하게 될 예정이다. 원했던 대로 1년 풀 과정이 아닌 3개월 기본 과정이지만, 3개월 기본 과정이라도 내 현실과 여건 속에서 도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하다.


나는 비록 작가도, 화가도 되지 못했지만, 나의 꿈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이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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