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산책을 하다가 죽은 아기 여우를 발견했다. 먼 발치에서 치와와 한마리가 햇빛을 즐기며 누워있는 줄 알았는데 다가가보니 죽은지 얼마 안된 여우의 시체였다.
태어난지 몇 주, 길어야 몇 개월 밖에 되지 않아 보이는 자그마한 여우의 배엔 구멍이 나있었고, 구멍사이 드러난 아기 주먹만한 장기위론 파리때가 모여 앉아 있었다. 병든 흔적도, 사고를 당한 흔적도 없는 시체엔 배에 깔끔하게 구멍만 나있었는데, 누군가 끄집어낸듯 장기만 길게 배 바깥으로 빠져나와 있었다. 아기 여우의 눈구멍엔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는 모습이 까마귀 같이 덩치 큰 새가 눈알을 빼먹은 듯 했다.
까맣게 텅 비어 있는 눈구멍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마음이 싸했다. 어쩌다가 이 아기 여우는 엄마와 떨어져서 이렇게 빨리 생을 마감해야 했을까.
약하면 누군가에 먹혀버리는 자연의 법칙은, 때론 너무나 차갑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