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트로이트 시에서 밑바닥 삶을 이어나가는 록키는 알렉스, 머니라는 친구들과 함께 돈 많은 집을 털어 자신의 어린 여동생을 데리고 가난한 인생을 청산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뿐인 딸을 잃고 보상금을 받아 혼자 살고 있는 퇴역군인 출신 장님 노인 노먼을 목표로 삼고 늦은 밤 중에 계획을 진행합니다. 그러나 록키 일행은 얼마 안 돼서 잠에서 깨어난 노먼에게 발각되고, 처음 계획과 다르게 돈과 생존을 목표로 발버둥 쳐야 되는 상황에 부딪칩니다.
강자와 약자, 뒤바뀐 구도
'장님 노인이 뭐가 무서워'라고 생각했다가는 큰일 난다
일반적인 영화에서 나오는 주인공은 보통 약자입니다. 당연하게도 강자가 약자를 이기는 것보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게 더 재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일반적인 구도를 완전히 뒤집어 놓습니다.
노인, 맨 몸에 장애인, 혼자 등등 약자를 상징하는 노먼과
십 대, 무기를 든 도둑, 다수 등등 강자를 상징하는 록키 일행의 구도는 노먼이 머니를 순식간에 제압해 버리면서 완전히뒤집힙니다. 이제 노먼은 영화의 장르를 순식간에 공포로 바꿀 정도의 위압감을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흥미로운 반전구도를 보여줍니다.
노먼 당신은 대체 누구십니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총이 아니라 노먼이 무서운 거다
노먼이 무서운 이유는 장님이라는 어마어마한 약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놀라운 전투력과 상식을 벗어난 집착과 광기가 느껴지는 점 때문입니다. 노먼은 단순한 약자가 아닙니다. 노먼은 정말로 어둡고 무서운 사람이며 그건 노먼이 장님이라는 약점으로 덮어지는 게 아닙니다. 영화 중반을 넘은 시점에서 나오는 지하실은 노먼이 어떤 인물인지 가장 잘 표현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영화 전반이 노먼의 캐릭터 데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노먼의 존재감을 빼놓고는 리뷰가 성립되지 않으며 보다 보면 슬래셔 영화 속 무적의 살인마가 겹쳐 보이기도 합니다.
광기와 이성의 대결
'가족을 잃고 혼자 사는 퇴역군인 출신 장님 노인'의 돈을 훔치려는 악인이 주인공이다
록키 일행의 생존을 막는 것은 노먼의 광기만이 아닙니다. 이들은 애초에 돈을 노리는 도둑들이었고 그들의 욕심과 어중간한 도덕심은 그들을 더한 위험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결국 노먼과 록키 일행의 대결은 파도처럼 휘몰아치는 광기와 촛불 같은 이성의 대결입니다.
이때쯤 되면 관객들도 이성적으로 누구를 응원해야 될지 생각하게 됩니다. 노먼의 광기에 압도돼서 그렇지 록키 일행은 엄연히 악인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하지만 보통 록키에게 몰입하고 응원하는 관객 쪽이 많기 마련입니다. 록키를 응원하는 이유는 록키가 여자여서도, 미인이어서도, 여동생이 있어서도 아닙니다.
우리는 약자에게 공감한다
영화 속에서 엄청난 대결을 펼치지만 결국 이들은 다 약자이기도 하다
앞서 말했다시피 일반적인 영화는 보통 약자가 주인공입니다. 보통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것이 재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보편적인 이유가 록키를 응원하게 만드는 유일한 원동력은 아닙니다.
'가족을 잃고 혼자 사는 맹인 노인 한 명 VS 시궁창 인생을 벗어나려는 십 대 도둑'이라는 구도 앞에서 우리는 어느 쪽을 응원해야 될지 고민하다가도 결국 공감하고 동조하기 쉬운 약한 상대를 찾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가장 큰 위기 상황 속 가장 약한 상대는 록키입니다.
사회 전반에는 아직도 약자는 선인이라는 편견이 퍼져있습니다. 그리고 선인은 그 심리 상태를 공감하기 쉽습니다. 이 상태에서 대부분 관객들은 록키를 응원하게 됩니다.
이게 특별히 관객의 잘못이라는 건 아닙니다.영화는 이런 약자에 대한 편견 어린 시선을 이용해 반전과 기묘한 감정을 들게 할 뿐 어떠한 메시지나 정치적 의도는 보이지 않습니다.
분명 약자이면서공감하기 쉬운 드라마가 있는 록키는 응원받기 좋은 대상입니다. 또 누군가는 노먼을 응원할 수 도 있는데 영화 속 극한 상황에서 벗어나 한 발짝 물러나 바라보면 두 캐릭터 모두 사회적 약자에 속한다는 부분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영화 속 두 캐릭터의 대결은 약자들끼리 서로의 어두운 광기와 욕심을 부딪치는 것입니다.
처음은 아니지만 신선하다
도둑들이 집주인에게 혼쭐난다는 얘기는 이제 영화가 아니라 뉴스로도 들릴 정도다
약자와 강자의 위치가 뒤집힌 구도는 언제나 쾌감을 줍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처럼 집에 들어온 칩입자와 주거인의 강약 관계가 뒤집히는 방식은 이게 처음은 아닙니다. 필자가 글을 쓰며 당장 생각나는 영화만 세어봐도 대략 2~3편은 생각날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부분이 이 영화의 신선함을 떨어뜨리지는 않습니다. 강렬한 캐릭터와 콘셉트를 필두로 하였고, 치밀하게 연결된 공간 구성과 짜임새 있는기승전결이 있습니다. 이런 작품이면 대중들의 마음을 휘어잡기에 충분하고 어떤 관객이든 인상 깊은 서스펜스를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