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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스칼렛 Oct 06. 2023

진정한 나를 발견하길 꿈꾸며

<데미안>을 읽고 난 후 자작시와 서평



진정한 나를 발견하길 꿈꾸며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고 난 후 쓴 자작시)



                                                   글쓰는 스칼렛 (박신영)




타들어가는 건조함에 

광야에 있는 듯한 외로움이 더해지면

저 멀리 희미한 별빛에서조차 

청명한 빛줄기 생각을 떠올려 볼 수 있고


혼탁과 타락, 욕망과 본능의 뒤섞임에 허우적대다 보면

정결과 숭고에의 그리웠던 부드러움을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맞이할 수 있을지니


누가 고독을 나쁘게만 보는가?

누가 내면의 솔직한 울렁거림을 숨기고 배척하는가?


쓸쓸한 여운 뒤에 기쁨이 맺힐 지리니.

간절한 갈망의 절벽 위에서

고양된 눈부심이 발견될지이니.




--->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고 쓴 자작시입니다.

주인공 싱클레어는 '크로머'에게 과시욕으로 거짓말을 하고 난 뒤, 그동안 안락하고 행복했던 보호와 사랑의 가정에서부터 자신의 세계로 향하고픈 갈등과 혼란의 시간을 겪게 됩니다. 이때 데미안을 알게 되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법',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고민하고 성찰하며 온전히 '자신이 진정 가고 싶은 길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과 해답'을 향해 마치 구도자처럼 걸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나의 세계가, 행복하고 아름다운 나의 삶이 과거가 되며 나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것을 나는 얼어붙는 가슴으로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내가 빨아들이는 새 뿌리가 되어 바깥에, 어둠과 낯선 것에 닻을 내리고 붙박여 있는 것을 감지해야만 했다. 처음으로 나는 죽음을 맛보았다. 죽음은 쓴맛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탄생이니까, 두려운 새 삶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니까."

 

-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중에서 -






 그런데 그 길은 쉽지 않습니다.

혼란스럽고 선으로만 포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선과 대치되는 '악'과도, '순수함과 순결감'에 반대편에 있는 '격한 욕망과 본능'도 마주하며 자신의 솔직한 내면의 울림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것입니다. '성인'의 길에 들어선다는 것은 '성'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는 것이며

곧이곧대로 믿고 받아들였었던 각종 관습, 사회적 편견, 도덕적 잣대를 이리저리 흔들어보고 의심하며 그것 자체의 본질을 다시 처음부터 바라보아야 했던 것입니다.


 "허용된 밝은 세계에서는 숨기고 은폐해야 하는 하나의 원시적 충동이 내 자신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해야만 했던 시절이 왔다. 어떤 사람이나 그렇듯이, 천천히 눈뜨는 성(性)에 대한 감정이 나에게도 하나의 적이자 파괴자로, 금기로, 유혹과 죄악으로 들이닥쳤다. 나의 호기심이 찾은 것, 꿈과 기쁨과 두려움이 내게 가져다준 것, 사춘기의 큰 비밀, 그것은 내 유년의 평화에 감싸인 행복감에는 맞지 않았다. 나는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행동했다. 이제 더는 어린아이가 아닌 아이의 이중생활을 영위했다. 내 의식은 집안의 허용된 세계 속에 살았으며 어렴풋이 솟아오르는 새로운 세계는 부정했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꿈, 충동, 은밀한 소망들 속에서 살았다. 그 위에서 저 의식적 삶이 만드는 다리는 점점 더 불안해졌다. 내 속에서 유년의 세계가 붕괴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

 

-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중에서 -






그런데 이 길을 양심의 가책을 수반하게 됩니다.

이때까지 가보지 않은 길이라 마음이 평온하지도 않으며 불편함과 어색함, 두근거림과 질퍽한 감정의 동요도 받아들여야 했던 것입니다.



 "신이 우리를 외롭게 만들어 우리들 자신에게로 인도할 수 있는 길은 많이 있다. 그런 길을 그때 신이 나와 함께 갔던 것이다. 악몽과도 같았다. 더러움과 끈적거림 너머로, 깨진 맥주 잔과 독설로 지새운 밤 너머로 내 모습이 보였다. 내가, 주문에 걸린 몽상가가, 추하고 더러운 길을 쉬지 않고 고통당하며 기어가는 모습이. 공주님을 찾아가는 길인데, 오물 웅덩이에, 악취와 쓰레기 가득한 뒷골목에 박혀 있는 그런 꿈들이었다. 내 형편이 그랬다. 그다지 세련되지 못한 이런 식으로 나는, 외로워지도록, 그리고 무정하게 환히 웃는 문지기들이 지키고 있는 잠긴 낙원의 문 하나를 나와 유년 사이로 세우도록 정해져 있었다. 그것은 시작이었다. 나 자신에 대한 향수의 눈뜸이었다.

저 겨울 끝무렵 아버지가 두 번째로 오셨을 때 나는 벌써 냉혹하고 무관심했다. "

 

-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중에서 -

 




하지만 이런 방황과 고독과 고뇌의 끝에서 마침내 스스로를 찾아가는 방법을 알게 됩니다. 자신만을 볼 줄 알고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들을 줄 알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죠.


 헤르만 헤세는 전쟁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 출판되었습니다. 수많은  풋풋한 영혼들이, 한참 꿈을 꾸고 자신의 길을 고민해 보야야 할 때, 전쟁에서 다치고 죽는 모습을 보면서 작가로서의 '헤르만 헤세'는 많은 생각과 감정이 교차하였을 것입니다. 한 사람의 궁극적인 실체, 어느 누구도 아닌 오직 자신의 삶을 알고 살아내는 존재, 꿋꿋하게 그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의지인으로서의 모습을 그리며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삶의 지향점을 심어주고 싶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 병사들의 군장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책입니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많이 읽히고 있는 명저 중에 하나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꼽은 헤르만 헤세의 글을 첨부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은 그저 그 자신일 뿐만 아니라 일회적이고, 아주 특별하고, 어떤 경우에도 중요하며 주목할만한 존재이다. 세계의 현상이 그곳에서 오직 한번 서로 교체되며, 다시 반복되는 일은 없는 하나의 점인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중요하고, 영원하고, 신성한 것이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은, 어떻든 살아가면서 자연의 뜻을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이로우며 주목할 만한 존재이다. 누구 속에서든 정신은 형상이 되고, 누구 속에서든 피조물이 괴로워하고 있으며, 누구 속에서든 한 구세주가 십자가에 매달리고 있다."

 

-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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