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스칼렛 Nov 13. 2023

윤광준의 <심미안 수업>을 읽고

책을 읽은 후 쓴 '자작시'와 '서평'


'심미'의 여인을 꿈꾸며 ​

('審' 살필 심, '美' 아름다울 미)


('심미안 수업'을 읽고 쓴 자작시)​

                                               


                                                  글쓰는 스칼렛 (박신영)



나는 아름다움을 남기는 사람이고 싶다.

어느 누구를 만나든,

향기로운 방울방울,

그 마음에 톡톡 떨어뜨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이고 싶다.

급하게 서두르며 곁눈질로 훑어보기보다

우두커니 멈춰 서서 교감하고

내 마음속에 여운 한 점 물들어 돌아갈 수 있는,

열리고 비어 있는 사람이고 싶다.



나는 언제나 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좁고 딱딱한 사고에 갇혀있기보다

더 넓고 더 깊은 곳을 탐구해보고 싶은,

식지 않는 호기심과 열정의 여인이고 싶다.



나는 때때로 고집쟁이이고 싶다.

나만의 색깔과 정체성을 떠올릴 수 있는,

개성 있는 그 누군가가 되고 싶다. ​



--> 이 책은 저를 아껴주고 저의 장점을 발견해 주는,

소중한 인생 벗님이 선물해 준 것이었습니다.

좋은 책을 선물 받는다는 것은, 그리고 그 마음을 느끼고 그 내용을 담아간다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일이었는지 실로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감동이었습니다. 나를 생각해 줘서 책을 고른 그 마음이 고맙고, 건네준 따뜻함이 감사하며, 그 내용 또한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는 과연 심미적인 사람일까?

 음악 그중에서도 클래식을 듣는 것을 좋아하고, 유럽이나 미국 등의 나라를 여행 가도 꼭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들러 하루종일 다리가 아플 만큼 구경하기도 했으며 (물론 이것은 제가 미혼일 때와 신혼 때 가능한 일이기는 했습니다.^^;;) 안내책자와 안내문구를 꼼꼼히 읽으며 하나라도 더 알아가고자 했던 저는 심미적인 사람이었을까요?


 

신혼 여행으로 갔었던 로마 바티칸 대성당에서 보았던 '피에타'


보다 잘 보고 싶은데, 보다 잘 느끼고 싶은데 그런 갈망이나 열망을 채우기에는 저의 안목이나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한 것 같은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막연하게 가슴에서 떠오르는 '멋있다', '아름답다'와 같은 이런 순간적인 느낌에 압도당한 채, 이 거대한 예술품 앞에 쭈뻣쭈뻣 서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대리석으로 어쩌면 저렇게 섬세한 주름과 사람 신체의 굴곡들을 표현했는지 한참 뚫어지게 쳐다보기는 했지만요. 이런 저에게 작가는 용기를 가질만한 구절을 남겨줍니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느끼는 일에는 순서도 서열도 없다. 잘 몰라도 즐겁고, 처음 접했는데도 황홀한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가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운전대를 잡으면 클래식 음악을 선곡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나 자연을 보면 평범하게 느껴질지언정 짧은 시 한 편 적어보고 싶었고, 건축물을 보든, 전시회장을 들리든 하나의 감흥이라도 더 느껴가고 싶고 하나라도 더 알아가고픈 마음으로 서성이며 이것저것을 읽어갔었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이런 사소하지만 작은 마음들이 심미적인 사람으로 짙어져 가기 위한 소소한 행위들이 아니었을까 위안을 삼아봅니다.





인간의 흔적이 남은 것들을 마주했을 때의 감동은 오래간다. 인간이 만든 미술, 건축, 음악 등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뛰어넘는다는 생각이 든다. 왜 이런 아름다움은 더 강하게 각인되는 걸까. 인간이 '가치'를 부여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보기 좋은 것, 신기한 것이 아니라 숨겨진 의도가 있고, 준비된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을 유형과 무형의 형태로 구현하고자 한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감상자의 맥락에 따라 그 '가치'가 매우 다양한 해석으로 번지기 때문이다. 감상자가 어떤 개인적인 기억을 가지고 있으냐, 어떤 맥락과 배경에서 그 예술을 마주 했느냐에 따라서 의미가 증폭되고 새로워진다.

행동으로도 이어진다. 자신이 느낀 감동을 언어로 설명한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글로 남긴다. 그다음으로는 자신의 일상을 둘러싼 사물로부터 자신이 감동받은 것과 비슷한 것을 찾으려고 한다. 감흥을 느낀 이가 자신의 손으로 새롭게 무엇인가를 만들기도 한다. 또는 자신이 느낀 가치를 재확인할 수 있는 사물을 가지려고 한다. 이렇게 가치가 새로운 가치를 낳는 행위로 이어진다. 수용자의 적극적인 개입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윤광준의 <심미안 수업> 중에서



책을 읽을 때도, 여행을 갈 때도 마찬가지겠지만 예술을 감상할 때도 그 압도적인 인기와 권위에 기가 죽어서 수용적이고 피상적으로 관람하기보다는, 나 스스로 생각할 줄 알고 나의 경험과 사고, 축척된 지식과 내면에서 울리는 감정과 느낌을 따라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감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


작가는 '전시를 즐기는 여섯 가지 방법'에 대해 알려줍니다. ​​


 

 1. 웬만하면 유로 전시를 보자

2. 볼만한 전시회를 정했다면, 같이 갈 사람을 잘 고르자. 주파수가 잘 맞는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림 보는 일이 훨씬 편하게 느껴진다. 취향이 잘 맞는 사람과 무엇이 좋았는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감흥이 더 커진다.

 3. 시간의 여유를 충분히 갖고 가자. 나태주 시인의 시구처럼 무엇이든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 오래 보면 더 사랑스럽다.

4. 전시회의 정보를 챙겨보자. 미술이 어려운 이유는 사전에 알고 있는 정보의 양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전시회장에 있는 팸플릿과 도록이 그다지 친절하지는 않다. 할 수 있으면 전시회에 가기 전에 관련 정보를 검색해 보고, 전시를 다녀온 다음에도 풀지 못한 호기심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면 감흥은 더 오래간다.

5. 우선 그림은 '내'가 감상하는 것이다. 그림을 보면서 자신이 가진 추억, 자신이 알고 있는 역사를 떠올려 보는 건 매우 좋은 감상법이다. 그림 속의 인물에서 자신이 아는 사람을 떠올리는 것도 좋다. 자신이 화가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그렸을지를 생각하면서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이런 재료를 어디서 구했을지, 어떻게 스케치했을지, 그 화가의 입장이 되어 그림을 보면 세세하게 이해가 된다. 전시회장에 가면 관람 동선이 있다. 관람 동선이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전시회의 기획 의도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물 전체의 맥락을 파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 작품을 이렇게 전시한 의도, 이 작품이 놓여 있는 맥락을 이해하면서 보아야 엉뚱한 해석을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그림 옆에 있는 설명을 꼼꼼히 읽어보라. 설명을 먼저 읽든, 그림을 먼저 보든 그 순서는 상관없다. 나는 설명을 나중에 읽는 편이다. 내용을 미리 알면 감흥의 범위가 줄어드는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읽고 보아도 상관없다. 이 일이 익숙해지면, 그 선후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자연히 알게 된다. 작품의 형태, 빛, 구도 등에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런 걸 분석하는 일은 그림을 그리거나 평가를 해야 하는 이들의 몫이다. 감상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그림이 풍기는 힘과 내용의 공감이다. 화가의 에너지를 느끼고 주파수를 맞추는 일이다.

6.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하면 사진을 찍자. 잘 모르는 그림인데 뭔가 마음에 든다면 사진을 찍어두고 돌아온 다음에도 자꾸 들여다보자. 좋아하는 것은 익숙해진 것이기도 하다.

 윤광준의 <심미안 수업> 중에서


이 밖에 음악과 건축, 사진에 관해서도 좋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여기서는 생략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살아갑니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기를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아름다움을 발견할 줄 알고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와 함께 자연스럽게 물들어 가는 자연을 보고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은 많지만 인간이 만든 미술, 음악, 건축, 사진, 디자인은 왠지 함축적인 의미가 있을 것 같고 숨겨진 의도가 있을 것 같아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어렵게만 생각했었던 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시야와 방법을 제시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보는 방법, 감상하는 방법, 기다리는 방법, 느끼는 방법, 차이와 다름, 구별과 분간을 자신의 경험과 사고에 비추어 친절하게 안내해 줍니다.


예술의 한 영역을 알고자 하는 것도 긴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데 하물며 5가지 영역 (미술, 음악, 건축, 사진, 디자인)을 일일이 탐색하고 찾아다니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요구합니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우리는 주변에 산재해 있는 여러 예술분야를 제대로 느끼기를 원하고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끌어안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책은 그런 마음에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좀 더 그것을 만든 창작자와 교감할 수 있도록 말이죠.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을 덧붙이고자 합니다.



아무리 위대한 그림도 볼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다가가지는 못한다. 그래서 그런 질문을 받으면 이렇게 말한다. 언제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바라보라고, 천천히 바라보면 그때 스스로 알게 될 거라고.
작가의 이전글 달리기 시작 8개월 만에 처음 뛴 마라톤 풀코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