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
새해에 세운 올해 계획 중 하나는 좀 다양한 책을 읽어보자는 것이다. 나는 주로 추리소설이나 스릴러를 읽는데, 올해는 좀 역사책도 읽고 판타지도 읽고 경제책도 읽고 그래보고 싶었다. 그러다 회사 도서관에서 사서추천도서 목록을 발견했다. 실은, 원래 늘 그곳에 있었지만 눈여겨보지 않았었던 거겠지? 그 추천 도서 중 하나가 <재벌집 막내아들>이었다. 두거운 책 5권에 어쩐지 기가 빨렸지만, '1권만 시도해 보고 재미없으면 관두지 뭐'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빌렸다.
1권을 읽는 데는 한 1주일쯤 걸렸던 것 같다. 주인공은 억울한 죽임을 당한 뒤, 과거로 회귀하는데, 윤현우인 본인이 아니라, 진도준이라는 재벌집 막내아들이 된다. 이 세계관에 적응하는 데 걸린 시간이 그 일주일이었다. 그 뒤로 진도준이 미래에 대한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진 회장님에게 차근차근 경영 수업을 받으며 성장하고 전생인 윤현우의 복수를 해나가는 과정을 담은 2,3,4,5권은 하루에 한 권씩 읽어치웠다. 새벽 3시까지 책을 붙들고 있고, 점심시간엔 사무실에 남아 밥도 먹지 않고 열심히 읽었는데, 이렇게 맹렬히 책을 읽은 건 오랜만이라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그렇게 나는 진도준의 세계관에 빠져들었다. 어제는 회사 사람들과 감자탕을 먹으러 갔는데, 사람들이 A라는 임원은 일찍 출근해 회사에서 운동을 한다, B라는 과장은 아침 7시 30분에 이미 출근을 해 있더라, 하는 이야기를 했다. 새해이니 부지런한 사람들을 이야기하며, 올해는 갓생 살아보자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던 것. 그런데 나는 진도준에 빙의해서 "A임원과 자연스럽게 얼굴을 익힐 장소와 시간, B과장과 은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 이들은 지금 내게 얼마나 중요한 정보를 주고 있는지 자각도 하지 못하겠지?"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더니 모두 빵 터지며 그 책이 그렇게 재밌었냐고 물었다. 나는 한술 더 떠 진 회장님은 아마 "진도주니! 네가 지금 똑똑한 줄 알재? 만나러 가는 사람은 하수인기라, 너를 만나러 오게 해야지. 껄껄껄." 하겠지? 하고 진 회장님에 빙의가 되기까지 했다. 당분간, 다른 사람들 이야기가 진도준 버전으로 들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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