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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Jul 13. 2024

위스키는 디폴트

태국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방콕 수안나폼 공항 구경을 하다 탑승시간이 되어 탑승구 근처에 앉아있었다. 회사 사람들과 기념품으로 뭘 샀는지 그런 얘길 하고 중이었다.


나는 태국 식당마다 사용하는 걸 태국 간장, 팟타이 키트, 여동생이 사다 달라고 한 김과자, 엄마에게 줄 말린 망고를 샀다. C의 쇼핑목록도 나와 비슷했다. C가 K에게 물었다.  “아들 선물은 뭘 사셨나요? “ K에게는 사춘기를 보내고 아들이 있었다.


K는 국내면세점에서 아들에게 줄 바람막이를 하나 샀다고 하며, 태국에서 산 과자와 이런저런 쇼핑템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내 건 하나도 없네”하며 짠한 아버지의 표정을 했다.


하지만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인천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기 전 만난 K는 내게 면세점에서 산 위스키를 자랑했었다. “00님 위스키 사셨자나여” 라고 내가 팩폭을 날렸다. K는 크게 웃으며 “맞네, 나 위스키 샀네요. 내가 그걸 왜 잊었지?” 했다.


우리는 K에게 과자 그거 다 해도 위스키 한 병이 더 비쌀 거라고 맹비난을 했다. 그러다 생각해 보니, 나도 그랬다. 난 이번에 면세점에서 무려 보스 qc 울트라 헤드폰을 장만했지만, 전날 밤 짐을 싸며 주변 사람들 나눠줄 것만 샀다고 생각했었다.


우리가 그런가 보다. 내가 나를 위해 쓰는 돈, 시간, 노력은 당연하게 느껴지고, 다른 사람에게 드는 돈, 시간, 노력은 크게 다가오나 보다. 그래서 위스키도 보스 헤드폰도 디폴트값처럼 당연하게 느껴져 쇼핑목록에 들어가지도 않고, 다른 사람에게 나눠줄 자잘한 과자들만 목록에 넣어두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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