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eeze lee Sep 07. 2024

전하지 못한 선물

우리 친정 앞집 할아버님은

교편을 오래 잡으시다

교육장이 되신 후

퇴직하셨단다


구순이 가까운 나이에

늘 단정한 옷매무새로

두 부부가 다정하게

산책하던 모습을

자주 보았는데


어느 날

할아버님 넘어지신 후

보이지 않으시더니

며칠 동안 앓다 돌아가시고

아내분은 그 충격으로

요양원으로 가셨단다


작년 추석부터

문 앞에 놓여있던 과일상자들

가끔 들르던 아들딸이

확인하고 가져갔지만


할머니마저

안 계시자 발길도 뜸해진 빈집

올 추석에는

주인을 잃은 복숭아 상자

한 박스 덩그러니


보다 못한 아버지가

수신인의 번호로

전화하니

수화기 너머

"아 네... 그랬군요. 그럼

그냥 드십시오....."

노제자의 허탈한 대답


스승의 떠났으나

그를 기억하고 꼬박꼬박

명절에 과일을 보내는

제자들

주인에게 전달되진

못했지만

아름다운 인연

그리고 마무리...



*시에 덧붙여-친정아버지 아파트 앞 호수의 노부부는 참 단아하신 분들이었다. 할아버지는 교육장으로 퇴임하시고 할머니도 참 곱고 교양 있는 모습이셨다. 단정한 모습으로 산책하시던 두 분의 모습이 어느 날 보이지 않으셨고 친정아버지께 들으니 할어버지가 낙상으로 다치셔서 그 길로 못 일어나셨고 할머니도 충격으로 몸이 쇠약해지셔서 요양원에 가셨고 그 사이 남편의 부고를 자녀들은 충격을 받으실까 알리지 않으셨단다.

매년 추석이나 설날에 제자들이 보낸 과일박스가 놓여 있었는데 그 해에도 덩그러니 놓인 과일박스를 보다 못한 아버지가 거기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했고 제자의 허탈한 목소리를 듣었다고 전해 주셨다 비록 슬픈 이별이지만 또한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별이었다. 하늘에서 또 손잡고 꼭 다정히 산책하시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