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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백 Feb 02. 2024

41.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순례자 위한 미사

40일간 산티아고 순례길 그림일기 

  어제, 저녁 미사도 있었지만 대 향로(보타푸메이로)는 12시 미사에서만 피운다고 해서 오늘 12시 미사에 참석했다. 11시도 안 되어 성당에 도착했지만 좋은 자리는 이미 다 찼고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이 점점 늘었다.

  미사를 보려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여행하는 사람들, 순례자, 가이드가 이끄는 단체 관광객 등 성당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성당은 발 디딜 틈이 없다.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아 미사 시간 전까지 교대로 성당을 둘러보았다. 지하에 있는 야고보 성인 무덤을 보기 위해 줄을 서서 내려갔다. 창살 너머 안쪽 깊숙이 관이 안치된 곳 앞에서 성호를 그었다. 어떤 외국 아주머니들은 야고보 성인 무덤 앞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며 애도했다.     


  미사가 시작되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세계 각국 사람들이 함께 드리는 미사는 감동 그 자체였고, 미사를 진행하는 말은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아무런 상관없었다. 

  미사 말미 대 향로(보타푸메이로)의 향을 피운다는 말에, 차분하던 미사 분위기는 들뜨기 시작했다. 여러 사람이 매달려 줄을 당기자, 대 향로(보타푸메이로)는 향 연기를 피우며 높이 치솟아 올랐다가 그네를 타며 공중을 가로질러 오르내렸다. 

  향 연기가 성당 안을 메웠고 그야말로 감동과 흥분의 도가니였다. 사람들은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았고, 내 가슴속에도 뭉클하고 뜨거운 무언가 올라왔다.      


  보타푸메이로가 오르내릴 때 사람들은 일제히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지만, 제지는 없었다. 미사까지 보고 나니 순례길을 걸어 완주했다는 사실이 더 다가왔다. 밖으로 나오니, 성당으로 들어가려는 줄이 건너편 골목까지 길게 이어져 있다. 

  우리는 산티아고에서 4박 5일 머물기로 했다. 내일은 묵시아와 피스테라에 가려고 성당 근처 여행사에서 투어를 예약하고 호텔로 돌아와 쉬었다. 마음이 편하고 홀가분하다.     

향을 피운 보타푸메이로가 그네를 타자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고 성당은 감동의 도가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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