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니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요!
“이상형이 뭐예요?“
“잘 모르겠어요.”
“앞으로는 꿈이 뭐예요?”
”흠, 잘 모르겠어요.“
“한국에서 살꺼에요 미국에서 살꺼에요?”
“음..잘 모르겠어요.“
생각해 보면 나는 잘 모르겠다는 말을 좋아한다. 자주 쓴다. 나는 왜 좋아할까, 모르겠다는 그 모호한 경계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난 어쩌면 모르겠다는 그 대답 안에서 솜사탕 같은 뭉글한 가능성과 함축된 경우의 수를 표현하고파 쓴다. 결국엔 희망이다. 꾸미지 못할 뿐이지, 건강한 포장지이다. 모르겠다는 거지 아예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 아예 포기하겠다는 건 아니다. 막살겠다는 건 아니다. 그냥 잘 모르겠다. 근데 한없이 부정적이지 만은 않다. 모르겠다는 말 생각해 보니 참 모호하다가도 좋다.
어른이 되길 익숙해지고, 어느 순간부터 이런 모호함을 인정하고 즐기게 된 것 같다. 세상을 정말 모르겠으니까. 내가 전에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기 직전에 적었던 퇴사 계획서는 내 계획대로 이루어진 게 하나도 없다. 번듯해 보이게 A4 두장 반이 꽉 채워있었는데, 그 계획안에 꿈꿨던 나는 없고, 전혀 다른 필드에서 또 다른 꿈을 꾸고 산다.
인생 모른다. 지금 너무 힘들기도 한데, 그냥 인생 모르니까. 또 다음 챕터에 어떤 즐거운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미치게 힘들다가도 또 어떤 일이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와 싹을 틔울 수도 있으니까. 그게 연약하지만 단단한 삶의 이유다. 모르는 인생이라서 어쩔 때는 불친절한 이 “모르겠다”는 말을 내가 좋아하는 이유기도 하다.
다 모르겠다는 말이 나의 취향인 걸까? 요즘 어떻게 지내요? 그냥 잘 지내요. 잘 모르겠네요. 그냥 지내요. 그럭저럭 잘 지내요.
왜 난 모르겠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거지. 내가 왜 이렇게 모르겠다는 말을 좋아하는지. I don’t know라는 말을 좋아하고 자주 쓰는지.
그 둥그런 가능성과 희망에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