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지 않는 사람, 너도 언젠가 그의 변수였다.
번외. 오늘의 생각
요즘은 베이킹을 합니다. 그런데 베이킹이 참 어려운 게 처음에 쿠키가 잘 구웠다고 그다음, 세 번째 네 번째에도 똑같이 모양이 이쁘고 맛있게 잘 구워지지는 않더라고요. 그 이유 중 하나는 물론 제가 대단한 숙련자가 아니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하나의 쿠키가 완성되기까지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인 거 같아요. 가령 버터의 온도, 계란의 크기, 부재료의 유무, 그날의 분위기 등등..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고 어떤 날은 예쁘고 맛있게, 어떤 날은 참 볼품없고 넣은 재료가 아깝게 못생긴 쿠키가 구워집니다.
오늘은 쿠키를 굽다가 반죽을 망쳤어요. 계란을 많이 깨는 게 귀찮아서 특란으로 샀는데, 아무래도 계란 각각의 그램을 생각하지 않고, 개수만 생각한 채 멋모르고 넣었더니 질척거리고 반죽이 질은 망한 쿠키반죽이 되어버렸어요. 계란의 무게라는 변수를 잊어버리고 아무 생각 없이 반죽해 구운 쿠키를 보니 문득 사랑도 이런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셀 수 없이 수많은 변수를 이겨내고 내가 상대의 변수가 되는 걸까. 내가 너의 변수였고, 너는 나의 변수였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인이던 부부던, 이별을 하던 이혼을 하던, 어쨌거나 처음엔 사랑이었을 테니. 너는 내 평범한 일상에 박힌 변수였나 하고 말이에요.
며칠 전에 운전을 하며 퇴근을 하는데, 빨간불 신호등에 정차 후 정말 '사랑'이란게 뭘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모두 로봇이라면 웬만한 변수란 결코 존재하지 않겠죠. 로봇의 삶에 있어 변수는 결국 고장일까요? 작동 멈춤? 배터리로 의지한 그 수명이 다하는 게 가장 큰 변수일까요? 사람은 다르죠. 우리의 생각도 변화하고, 마음도 시시각각 변하고, 오늘 좋던 사람이 내일 싫고, 별생각 없었는데 상대가 달라 보이기도 하고요. 전 아직 진짜 사랑을 모르겠어요. 어쩌면 부모님이 내게 주는 사랑만이 정말 아무것도 재지 않고, 돌려받지 않아도 나의 것을 내어주는 사랑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남녀 간의 사랑엔 어쩔 수 없이 크고 작은 계산이 들어가고,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조금은 생각하게 되고, 그렇더라고요.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정말로 사랑하는게 뭔지는 모르는 느낌? 좋은 느낌? 설레는 느낌, 혹은 사랑받는 느낌? 지금까지 내가 한 사랑이 뭐였나, 앞으로 내가 할 사랑은 뭘까 하는 생각에 두렵기도 하고 착잡하기도 하고 살짝 설레기도 해요.
나와 너, 그 수많은 변수를 이겨내고 또 다른 만남이 시작될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도 있고요. 물론 이러다가 저, 다음달에 시집갈 수도 있습니다. 사람일은 모르잖아요.
브런치 알림이 뜨고 글쓰기는 운동같으니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라고 하길래, 오늘의 저를 남깁니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분들,
우리, 누군가에게 또다른 변수가 되어 새로운 이야기가 될 날을 기다려봅시다.
저도 은근슬쩍 기다리고 있어요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