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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란아이 Jul 30. 2023

My English is terrible.

영어 콤플렉스 있으시죠? - 1편

종로 한적한 도로에서 급하게 공중전화박스를 찾았다.

당장 누구라도 탓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

주섬주섬 크로스백 바닥에서 10원짜리 동전 몇 개를 찾아냈다.

전화를 걸어야 한다. 전화를...


비가 억수로 오는 날이었다.

더 처량해 보이고 싶어서 비를 흠뻑 맞았다.

하지만 나를 안쓰럽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스물 하나, 휴학을 하고 돈이 필요했다. 급하게 구인광고를 보고 작은 무역회사에 입사했다.

신용장을 검토하고 달러는 파는 일이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흥미로웠다.  


스물 하나, 그 나이의 눈에만 볼 수 있는 착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나에게 잘해주는 모든 사람들이 좋아 보였다.


나를 뽑은 매니저님도 나를 보고 늘 웃어주는 부장님도 좋은 사람이었다.

아침에 30분 일찍 출근하고 30분 늦게 퇴근했다. 온갖 잡일을 맡아서 했지만 힘든지 몰랐다.


통장에 찍히는 급여라는 숫자에 모든 것이 용서되었다.


하지만 신용장을 검토하고 달러를 파는 일 외에 온갖 잡일로 치부되는 착한 일은 어떤 형태도 없었다.

사장님 눈에 그저 나는 커피 타는 휴학생일 뿐이었다.


팀장님이 장기 휴가를 가시고 한 달 이상 자리가 비었다.

고등학교 때 배운 영어 실력을 가지고 팀장님이 전에 쓰시던 무역 서류들을 검토하며 그 자리를 메웠다.


그리고 두어 달 뒤

사장님은 나에게 말했다.

"로미 씨, 기본 영어가 아...... (침묵) 안 되어 있어서 같이 일하지 못할 것 같네요."

"사람 뽑을 때까지는 내가 로미 씨 대신해서 메일 보낼 테니 들어가세요."

"사장님, 제 본업은 신용장 업무랑 달러를 파는 일인데요."


기본 영어가 안 되어 있다는 말이 내 머리에서 파리소리처럼 왱왱거렸다.

인생을 통째로 잘 못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존심이 상했다.


그날 이후 나는 자존심도 영어도 건지지 못했다. 내 나이 스물 하나였다.

모든 일에서 비관론자가 되어버렸다.




A pessimist sees the difficulty in every opportunity;

an optimist sees the opportunity in every difficulty.

/Winston Churchill

( 비관론자는 모든 기회에서 어려움을 찾아내고,

낙관론자는 모든 어려움에서 기회를 찾아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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