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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정인 Oct 28. 2023

매우 가벼운 왕관 / 두고 온 고양이

조정인의 동시 2, 3

매우 가벼운 왕관  / 조정인


             


바람의 품속에서 민들레 흰 솜털왕관이

가만가만 흔들렸어요.  

   

자전거가 휙휙 지나갔어도 깨지지 않은

노란 전구를 켜고      

봄이 오는 길목을 점점이 밝혀주던

민들레에게     

가을이 씌워준 매우 가벼운 왕관.  

   

몇 걸음 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커다랗고 환한 눈물방울 왕관이

그렁그렁 흔들리는 거예요.    




두고 온 고양이  / 조정인               




야옹……

어디선가 고양이가 울고 있었어.     


잿빛 새끼고양이가 종이상자에 담겨있는 거야.

상자는 젖었고 개미떼가 바글거렸어.


고양이는 발가락을 활짝 펴고 분홍 발톱으로

상자를 긁었어.

상자에서 나오려고 애를 쓰지만, 자꾸 미끄러졌어.     


배가 고프고 목이 말라 보였어.

나에겐 고양이한테 줄 게 아무것도 없었어.

     

기다려, 내가 물과 밥을 좀 가져올게.     


잠에서 깬 나는 너무나도 후회가 됐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꿈속 골목을 자꾸 뒤돌아보았어.  

   

그때 고양이를 안고 나왔어야 했어.


-문장웹진 20230901.


#매누가벼운왕관

#두고온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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