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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정인 Oct 31. 2023

그 아이 / 날아라, 돌멩이

조정인 신작 동시 6, 7 (문장웹진 2023. 0901)

그 아이 / 조정인



               

벌써 3일째다.  

    

맨 앞줄 자리 하나가 빈 것은.

머리꼭지 빨간 리본이 안 보이는 것은.     


반에서 제일 키 작은 아이.     

키 큰 아이들 틈에 섞여 얘기할 때면

흘러내린 안경을 검지로 올리며 고개를 젖히지만

그 애 얘긴 아무도 듣는 것 같지 않다. 

    

오늘따라 감은 두 눈 속에 

그 아이가 아주 잘 보인다.    

 

그 애가 힘주어 말할 때, 목에 일어서던 푸른 힘줄이 

이마를 지나가는 가느다란 실핏줄이    

선명하게 보인다.   

  

안 보여서 잘 보이는 그 아이.     

교실 볕 바른 창가엔 베고니아가 빨갛게 피었다. 



                                                 

날아라, 돌멩이 / 조정인



             

마술사의 깜깜한 상자에서 

흰 비둘기가 날아오르는 것처럼  

돌멩이한테서 새를 꺼낸 적 있어.     


엄마가 보고 싶은 날 언덕에 올라

힘껏, 돌멩이를 날렸어.     


오른쪽 어깨를 한껏 뒤로 젖혀

엄마가 보고 싶은 만큼 커다랗게 

돌멩이를 날렸어.  

돌멩이가 잊고 있던 날개를 꺼내 멀리 날았어. 

이마에 흰 구름을 묻히고 아주 멀리.   

  

엄마아아아…… 오지 않는 엄마를 불렀어.     

허공이 목구멍을 크게 열고 아아아아아아…… 

대답하며 달려왔어.          


문장웹진 20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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