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똑똑해지고 싶다면!
말 그대로 다정한 물리학이다. 학교 다닐 때 물리가 참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과학의 여러 영역 중에서 인문학과 그나마 가까운 생물이나 지구과학은 그럭저럭 따라갈 수 있었지만 각종 원소 기호와 수식이 난무하는 물리나 화학은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였다. 그래도 요즘은 유튜브 영상이나 예능 프로에서도 가끔 물리학 교수님들이 나오셔서 어려운 물질 세계의 원리들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시니 조금씩 이해를 해보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은 나처럼 물리학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이 물질 세계 전반에 대한 원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저자는 사과파이를 만들기 위해서 먼저 우주를 만들어야겠다는 재치있는 서사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세상 모든 물질은 다 원자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사과파이의 재료가 되는 사과 역시 원자로 만들어져 있다. 이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핵은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는 등 자꾸 쪼개서 미시의 세계로 들어가면 결국 이 세상 만물은 우주가 빅뱅할 때 생긴 몇 가지 재료의 조합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사과파이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얻으려면 먼저 우주부터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재치있는 이유로부터 시작해서 현대 물리학이 발전해 온 역사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내면서 우주와 물질에 대한 지식들을 센스있게 나열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여전히 어려워서 다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름이 익숙한 물리학자들의 개인적인 사연들과 서로 협력하고 경쟁하는 인간적인 스토리들이 어려운 부분을 잘 모르는 채로도 계속해서 읽어 내려갈 수 있는 동력이 되어 주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부분은 퀴리 부인으로 익숙한 마리 퀴리 박사는 노벨상을 2번이나 탔는데 한번은 남편과 공동수상이고 나중에 마리 퀴리의 큰 딸과 큰 사위도 노벨상을 탔으며 작은 사위마저도 노벨 평화상을 타게 됐다는 이야기다. 마리 퀴리의 둘째 딸은 ‘우리집에서 노벨상을 타지 못한 사람은 저뿐이에요. 저는 우리 집안의 수치입니다.’라는 농담을 했다고 한다. 정말 감탄이 나오는 집안이라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천재 집안에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의 저자 해리 클리프는 케임브리지 대학의 입자 물리학자로 20대 중반의 나이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진행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강입자 충돌기 실험 프로젝트에 참가한 멤버이다. 그는 2013년 역사적인 힉스 입자 발견의 순간에 한 축을 담당했고 이 이야기로 테드(TED) 강연을 해 대히트를 치기도 했다. 젊은 물리학자답게 최신 물리학이 연구하고 있는 내용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도록 쉽게 설명해주기로 유명하다.
젊고 똑똑하며 유머러스한 물리학자 해리 클리프가 사과 파이를 만들기 위해 우주의 창조부터 시작해 방대한 현대 물리학의 역사와 함께 수많은 물리학자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사람은 이 책 <다정한 물리학>을 읽어 보면 된다. 어려운 물리학 실험과 과학 이론에 대한 설명을 꼭 다 알아야 한다는 욕심을 내려놓는다면 매우 훌륭한 과학 입문서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고 더불어 마음껏 똑똑해질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