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파트너.
짜릿한 사건은 이야기 속에서만 만나고 싶다.
선재 업고 튀어 보다 굿 파트너가 재밌는 나이
4n세
한 번이라도 현실이 고픈 파스텔톤 드라마 세상보다는 차라리 꾸며낸 이야기었음 좋겠는 막장 같은 현실에 마음이 간다.
엄청난 스토리텔링에 빠져들지만 정작 나의 현실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심장이 쫄깃거리는 일은 뭐라도 사양한다.
내 돈 주고, 시간 들여 체력 쓰며 스릴을 맛보기가 싫어 놀이기구도 타지 않는다. 그 스릴이 이제는 견디기 힘들다. 그런데다가 쓸 스릴이 남아있지 않다고 할까, 아니면 내 감정을 그렇게 소모하고 싶지 않다고 할까.
대체로 별일이 없는 편인 일상에서도 나는 심장이 벌렁거린다. 아이가 열이 나고, 폭우가 내리고, 전화벨이 울려도 겁나고 불안하고 쎄하다. 쳇바퀴 같은 일상이 지루할 때, 무슨 엄청난 사건을 감당할 능력이 안 되는 이렇게 약해빠진 멘탈을 생각하면, 차라리 지루한 일상을 택할 만큼 겁이 많아졌다.
상반기에 제일 핫 했던 선재 업고 튀어는 생각보다 울림이 크진 않았다. 그냥 예뻤다. 굿 파트너는 이혼전문변호사가 쓴 사랑과 전쟁 같은 드라마려니 했는데 공중파 편성, 장나라 주연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싶을 만큼 잘 쓰였다는 생각. 무리한 설정이라는 생각이 드는 전개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거슬렸던 건 요즘 6학년 여자아이는 밝은 색 가방이나 칼라티, 치마세트를 입지 않던데, 블랙의 빅 백팩에 무채색 옷, 마스크로 가린 얼굴이 더 현실과 비슷할 것 같다는 다분히 직업병적인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제발 별일이 없었으면 좋겠는 일상을 살다 보니 사건의 파도가 넘실대는 드라마 세상에서 대리 재미를 찾는 것 같기도.
그런 의미에서 연휴에 읽을 추리소설도 한 권 샀다. 현실에선 별일 없기를, 사건은 드라마와 책에서만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