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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Sep 01. 2024

부산, 팥빙수와 블루베리빙수

요즘 팥빙수의 맛.

일박 이일동안 부산에 머물며 1일 1 빙수 하는 호사를 누려봤다. 해운대 전통시장에서 먹은 옛날 팥빙수와 떠오르는 핫플 해리단길에서 먹은 블루베리 빙수. 언제부턴지 팥빙수 앞에는 옛날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몇 년 전 명절에 받은 옛날 과자 전병 박스 앞에서 아이들이 옛날 과자를 왜 지금까지 먹느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아이들의 의문인 즉, 옛날에 만든 오래된 과자를 지금까지 먹으면 배탈이 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고 한참만에 상황파악이 된 나는 옛날부터 먹었던 과자를 요즘에 공장에서 만든 거니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말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팥빙수 앞에 붙이는 옛날이라는 말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달지 않은, 흑임자나 쑥, 건강한 맛을 일컬으며 어른들이 좋아하실 만한 맛이라고 하는 것도 별로 좋지 않다. 마흔이 넘은 나도 여전히 떡볶이를 좋아하고, 일흔이 넘으신 시아버님도 초콜릿을 좋아하시며 여든이 넘으신 이모도 피자를 좋아하시는데 여전히 다양한 어른들의 입맛을 너무 건강한 맛으로 퉁쳐버리는 건 너무 한 처사 아닌가 하는 삐딱선이 올라오는 것이다.

영자할매 팥빙수와 단팥죽. 할머니는 계시지 않았고 젊은 직원만 있었다.


다시 팥빙수로 돌아와서, 해운대 시장의 영자할매 팥빙수 집은 테이블이 몇 안 되는 작은 집이었는데 얼음위에 단팥 조림만 얹어서 나오는 심플한 빙수였다. 팥 삶는 일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팥의 간과 당도, 농도를 딱 좋게 맞추는건 너무나 어려운 일임을 알기에 감탄해 마지않는 맛이었다. 팥을 좋아하는 둘째는 맛있게 먹었고 첫째는 입도 대지 않았는데 집근처에 있으면 나는 자주 찾을만한 맛이었다. 배달알림이 계속 울리는것으로 보아 이 옛날 팥빙수는 요즘에도 먹히는 맛인듯 했다. 팥빙수를 먹으며 신랑과 나는 옛날에 펭귄모양 가정용 제빙기를 돌려서 통조림 팥과 후루츠 칵테일을 올려먹던 추억을 나누었고 거짓말처럼 거리에는 마로니에의 칵테일사랑 이라는 옛날노래가 울려퍼지고, 사람들의 옷차림도 카고바지와 크롭티등 90년대 스타일이 많이 보여 정말 잠시 옛날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팥빙수를 한 입도 안 먹은 첫째를 위해 블루베리 빙수를 먹었는데 이 역시 시원 달콤한 맛이 좋았다. 가공된 후루츠칵테일의 요란한 단맛보다는 생과일 혹은 냉동과일에 간단한 연유정도의 당도가 훨씬 건강하고 고급스런 느낌이 든다. 아마 요즘 나오는 다양한 종류의 과일빙수와 구별하려 팥빙수를 옛날 팥빙수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그냥 팥빙수라고 부르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요즘 사람도 팥빙수에 어떤 편견을 갖지 않을 수 있도록 예를 들어 어른들이 좋아할만한 맛이에요 같은 생각을 덜 할수있도록 말이다.


건강한 맛 싫어하는 어른도 많아요. 편식하는 어른도 많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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