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강 시집 - 첫 번째 ,
시의 정령들이
내 귓가에서 윙윙거린다
니 머릿속은
시로 가득 차 있는데
왜 시를 외면하느냐고
나는 가끔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듣지도 보이지도 않는
시의 정령들에게
아주 간곡히 호소하는 바이다
사랑의 여운이
티끌만큼도 남지 않아
색안경을 벗어도
모두 검붉거나 검은 것을 알기에
잠드는 그 순간 찰나에 떠오른 시상들을
기록하지 않은 죄로
나는 완전히 시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출처가 불분명한 나의 시가
이승을 떠나지 못한
누군가의 절규로 들린다면
그 또한 완전히 내 것이라 하지 못하리라
미세한 것을 사랑하는 죄로
당신 또한 시의 정령으로부터 체포되었다.
오늘도 움직이는 것에는 고요를
멈춘 것에게는 역동을 주고 떠난
시의 정령들에게
시를 휘갈겨 나를 날려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