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간호학도의 솔직한 이야기
간호학과에 다닌다고 말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너무 힘들겠다.' 혹은 '너무 바쁘겠다.'
이런 말을 처음 들을 때만 해도 사실 그렇게 바쁘지는 않았다. 그때는 숨 쉴 구멍도 있었고, 실습복을 입고 전공을 맛보는 재미로 즐겁게 다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문장을 더욱 부정했던 이유는 따로 있다. 간호학과는 왜 유독 엄살을 부리냐는 어느 익명의 누리꾼이 남긴 말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우리 엄마는 내가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면 '남들도 다 똑같이 힘들어. 세상에 안 힘든 게 어디 있어.'라며 내 나름대로의 힘듦을 인정해주지 않았다. 그럴 때면 꼭 내가 엄살을 부린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주변에서 나를 걱정해 줄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아니에요~ 남들이랑 다 똑같죠, 뭐. 괜찮아요.'라며 웃어넘겼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다른 과의 커리큘럼을 낱낱이 알지 못해 정확히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객관적으로 바쁘다. 그리고 힘들다. 쏟아지는 간호사 모집 공고와 더불어 몰아치는 학사 일정들. 몇몇 병원들의 신규간호사 인원 감축에 따라 자연히 줄어드는 우리의 일자리. 보란 듯이 떨어지는 내 소중한 지원서. 그것들을 바라볼 때면 정말 자존감이 팍팍 까이지 않을 수가 없다.
4학년이 되니 간호학과는 엄살을 부린다던 누리꾼의 말은 나에게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사실 나는 지난 몇 달 동안 심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다. 간호학과는 졸업과 함께 취업도 끝나는 분위기이다. 그러니까 학기 중에 취업하지 못하면 낙오자가 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취업이 유일한 정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낙오자라는 불명예를 안고 졸업하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를 압박하는 부담감은 자연스럽게 불안감으로 바뀌어 몇 달 내내 나를 괴롭혔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신체적 건강에도 영향을 끼쳤다. 마음이 좋지 않아 입맛이 떨어지고 끼니를 걸렀다. 배가 고프지도 않았고, 그냥 잠만 자고 싶었다. 그래서 그 상태로 며칠 내내 잠만 잤다. 그런데 불현듯, 이대로 갔다간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다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답답함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에 친한 친구들과 팔로우하는 비공개 SNS에 나의 생각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내 감정을 속절없이 써 내려간 것만으로도 죄책감이 들었다. 이 글을 읽고 피곤해할 나의 친구들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친구들은 댓글을 통해 나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해 주고, 응원해 주었다. 그동안 혼자 아파했던 날들까지도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이 이야기는 취업을 준비하는 간호학도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익명의 여러분에게도 해당된다. 타인의 기준에 맞추어 나의 힘듦을 재단하려고 하지 말자. 스스로의 힘듦을 인정하고 그것을 바깥에 충분히 내비쳐야 비로소 햇빛에 의해 바래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