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화 성탄절에 출항하는 배 (2)
1976년 오늘(10월 23일) 태어난
데드폴의 라이언 레이널즈 생일을 기념해서
데드폴이 그토록 사랑한 멕시코 부리토 튀김요리 '치미창가' 이야기와
라이언 레이널즈 부부의 영화 속 자기가 투자한 술 홍보 이야기를 하려다,,,
여전히 웹소설을 쏘보는 중인 관계로,,,, 오늘도 일단,,,웹소설을 ㅠㅠ
크리스마스이브, 세상은 모두 거룩한 밤을 즐겁게 보내느라 분주한데,
사장 아저씨와 나는 고요한 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날도 가게에 손님이 없었고, 사장 아저씨의 신입사원 시절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엔터기업의 신입사원과 놀이공원의 공조가 시작되었나요?“
”아니, 난 4시간 주차권 받고, 시간이 남길래 청룡 열차 한 번 타고 회사로 복귀했지!“
”그게 다예요?“
”응~“
신입사원 대갈장군은 미팅을 위한 방문이라 놀이공원 입장권을 살 필요가 없었다.
그는 회의를 화려하게 끝낸 후 ’청룡 열차‘를 신나게 타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다.
그런데, 무척 심심하게 끝이 난 프레젠테이션.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자신의 노트북과 가방을 챙기고 회의실을 나왔다.
신이 나서 매표소를 오가는 가족들과 연인들 사이에서
그는 무덤덤하게 티켓을 사고 무덤덤하게 청룡 열차를 탄 후, 회사로 복귀했다.
그를 E랜드로 급파했던 상사는 ‘참 잘했어요!’라고 ‘따봉’을 날려주었다.
”이솝은요? 사장님 아이디어는 어떻게 되었어요?“
”놀이공원, 그 회사가 알아서 열심히 잘 만들더라.“
”네? 사장님 빼고 자기들끼리?“
”응, 능력 있는 회사잖아! 계열사 중에 건설회사도 갖고 있고“
”헐, 못된 회사네요.“
”설계부터 완공까지 눈 깜짝할 사이! 지금도 있을걸, 이름이 ‘이솝 빌리지’지, 아마.“
사실이 그러했다.
그 놀이공원은 우리 사장 아저씨, 즉 그 시절 신입사원 대갈장군에게 어떤 말도 하지 않고
거침없이 ’이솝 빌리지‘를 이듬해에 완성하고, 성대한 이벤트까지 펼쳤다.
하지만, 잠시 테마파크 코스프레에 그쳤을 뿐,
그 회사는 결국 ’놀이공원‘에 머물렀다. 아마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게 끝이에요? 사장님?“
”응, 뭐 이어지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들과의 인연은 그날이 마지막이라고 봐야지!“
”그럼, 아이디어만 뺏긴 거네요? 이솝?“
”그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뺏었다고도 생각하지 않을걸?“
”왜요? 거대한 재벌이 머리 큰 사회 초년생의 소중한 아이디어를
조직적으로 뺏은 거잖아요! 사장님 아이디어를!“
”이솝, 그 이름 하나 말한 것뿐이라고 그들은 생각하겠지!“
”그래서 4시간 주차권이 그 회사의 성의 표시?“
”응, 그런 셈이지!“
사장과 아르바이트생은 각자 공간을 나누어 정리하고 청소하며
사장님의 옛날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사장님! 화나지 않았어요?“
”음, 화가 나진 않았고, 그냥 그랬어.“
나는 갑자기 짜증이 났다.
”사장님!“
나도 모르게 평소보다 높은 볼륨으로 소리쳤다.
사장 아저씨도 놀란 눈치였다. 그리고, 나를 빤히 쳐다보셨다.
”사장님은, 그러니까 사장님은 지렁이만 못해요!“
”지렁이? 내가?“
”죄.송.해.요. 하지만, 맞는 것 같아요. 지렁이보다 못난“
”왜? 내가 왜?“
사장 아저씨는 그 이유를 진심으로 알고 싶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데! 사장님은 가만히 계셨잖아요!”
”나 같았으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거예요!“
”응? 그래? 너라면 어떻게 할 건데?“
사장 아저씨는 나를 빤히 쳐다보셨다.
”참교육시켜야죠!“
”참교육? 복수?“
”네! 참교육! 그렇죠. 복수! 그 나쁜 회사~ 피눈물 흘리게 해야죠!
남의 아이디어를 훔쳤으면 벌 받아야죠!“
”어떻게?“
말은 내뱉었지만, 딱히 생각나는 참교육 방법은 없었다.
사장 아저씨는 머리가 엄청나게 커서, 얼굴도 컸고, 그래서 눈도 엄청 부리부리했다.
그 큰 눈으로 광선을 발사하며 내 대답을 재촉했다.
나는 내 작은 머릿속에서 ’뾰족한 수‘를 찾아 헤매야 했고,
사장 아저씨는 오디오 주변 물건을 정리하고 먼지를 닦으며, 대답 없는 나에게 눈으로 욕하고 있었다.
”음, 저는! 제가 생각하는 참교육 방법은, 그러니까“
막막한 머릿속에서 내가 한가지 아이디어를 겨우 쥐어짜고 있을 때,
사장 아저씨는 수집한 LP 음반들 사이에서 한 장의 오래된 앨범을 꺼내 들고 있었다.
”불매운동 해요! 사장님!“
나는 단호하게 외쳤다.
”앞으로 평생 그 놀이공원엔 가지 맙시다!“
”사람들이 동참할까?“
”음, 우리 둘이 해요! 불매운동! 복수의 불매“
”오케이! 근데, 너 그 놀이공원 자주 가니?“
”아뇨, 가본 적 없는데요.“
나는 부산에서 자라고, 인천에서 대학에 다녔다.
나는 ‘원인불명의 모태 솔로’다. 그렇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치의 모태 솔로다.
따라서, ‘연애’는 물론 ‘썸’도 없었기 때문에, 그 어떤 놀이공원에 갈 기회도 없었다.
놀이공원에 대한 추억은 부산 인근의 ‘통도 환타지아’가 다였다.
”근데, 원래 안 가던 사람이 앞으로도 안 간다고 그 회사에 타격을 줄까?“
사장님은 전축 앞에서 음반 한 장을 들고 서서 내게 다시 물었고
나는 사장님의 시선을 피해, 선반에 놓은 스포츠카 프라모델을 들고 먼지를 털어내기 시작했다.
”동작 그만!“
모든 것을 파괴할 뿐, 정복하지 않는 고래여,
나는 너를 향해 돌진하고 끝까지 너와 맞붙어 싸우리라.
지옥 한복판에서라도 너를 향해 작살을 던지고,
가눌 수 없는 증오를 담아
내 마지막 숨을 너에게 뱉어 주마.
<허먼 멜빌, 『모비딕』 에이하브 선장의 대사 중에서>
......
세계 3대 비극으로 꼽히는 허먼 멜빌의 <모비딕>은 173년 전에 출간된 미국 소설이다.
다 읽은 사람은 주변에서 찾을 수 없지만, 제목은 모두가 다 아는 소설.
전 세계 바다를 돌아다니며 향유 고래를 잡던 에이하브 선장이 바로 소설의 주인공.
사납게 인간을 공격하는 잔혹한 하얀 고래 ‘모비딕’에게 다리 하나를 잃은 에이하브 선장은
광적인 복수심에 거대한 고래 ‘모비딕’을 찾아 미친 듯이 바다를 항해하고 다닌다.
그리고, 결국 대양의 한가운데에서 바다의 지배자 죽음의 난폭한 신 <모비딕>과
복수심에 지배당한 에이하브 선장의 <피쿼트 호>가 맞대결을 펼친다.
”지렁이보다 나은 인간이 될 방법이 생각났어!“
‘동작 그만’을 외친 사장 아저씨는 그 큰 머리는 각종 연산으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친애하는 나의 아르바이트 소녀여! 지금 들고 있는 것을 들고 이리 와 보아요! 빨리!“
사장 아저씨는 들고 있는 앨범의 LP를 꺼내 들어서
턴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놓고, 바늘을 LP위에 조심스럽게 올려 놓았다.
디지털 사운드에서는 들을 수 없는 ‘LP판 튀는 정겨운 소리’가 들리더니
쿵쾅커리는 드럼 소리가 공기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사장 아저씨는 바 맞은편 자리에 앉게 했다.
들고 오라고 한 자동차 모형을 나는 바(bar)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사장 아저씨는 바텐더 자리에 앨범 자켓을 들고 오셨다.
”지금 나오는 곡은 영국 록밴드 레드제플린의 전설적인 드러머 ‘존 본햄’의 드럼 연주곡이야.
엄청난 속도의 드러밍과 화려한 필인으로 레드제플린 음악의 바디감을 충격으로 채운 천재의 곡이지!
제목은 모비딕(Mobydick)!“
난 사실, 이런 음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드럼이 이끌고 가는 연주곡은 처음이었다.
내 귀가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심장을 두들기며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곡이었다.
그리고, 사장 아저씨는 내가 바 테이블에 올려 둔 미니 스포츠카를 손으로 집어 들었다.
마치 슬로우모션으로 차가 달리는 것처럼 허공을 가로지르며 자동차를 움직여보고 있었다.
”모델명 포르쉐 935! 서킷, 레이스트랙에 최적화된 전설적인 모델.
이 모델에 적용된 혁신적인 디자인은 차량의 후미, 꼬리 부분에 있다.
꽁무니를 길게 잡아 빼 노골적으로 공기역학 향상을 노린 것이지!“
실제 1/12 크기로 축소 제작되었다는 이 모형 차의 꼬리는 다른 차보다 훨씬 길었다.
마치 황족이 하얗고 긴 망토를 휘날리며 걸어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우아하게 뻗은 차체를 자랑하는 모양이었다.
”르망 24라는 레이싱 대회가 있어. 3명의 카레이서가 번갈아 가면서
한 대의 차로 24시간 동안 얼마나 멀리 달리는지 겨루는 세계의 대결.
전 세계 70만명의 관객이 모여, 최첨단 자동차 회사들의 명예를 건 폭주하는 혈투를 즐기지!
그래서 포르쉐가 1978년 대회를 우승하기 위해 특수 제작한 이 자동차!
사람들이 이 자동차를 뭐라고 불렀는지 알아?“
사장 아저씨는 마치 어린이가 자동차 꼬리를 잡고 운행하고 있는 듯 장난치는 것처럼
허공에 모형차의 꼬리를 잡고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이 차의 이름도 모비딕!“
모형 차는 사장님 눈깔과 내 눈 사이 정중앙에 자리 잡았다.
”게다가, 모비딕 소설은 초대형 괴물 고래와 맞짱을 뜨는 한 사람의 무모한 대결, 숙명의 복수 이야기!“
턴테이블에 걸어둔 레드제플린의 ‘모비딕’이라는 연주곡도 절정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친애하는 나의 아르바이트 소녀야! 감이 오니?“
”무슨 감요?“
”신의 계시야! 복수하라는~“
”신? 갑자기? 어떻게 이게 그렇게 되요?“
”바로 이 모비딕처럼, 모비딕으로! 복수라하는 신의 계시가 분명해!“
사장님은 미친 듯이 몰아치는 드럼 소리에 정신이 가출하신 것 같았다.
나는 일찍 퇴근하고 싶어졌다. 사장님이 도무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사장님은 지렁이보다 못하다’라고 말한 나 자신이 원망스러워졌다.
”오늘 며칠이지?“
”12월 25일 크리스마스요!“
”와 찢었다. 대박! 올레! 신의 계시 맞아!“
”오늘은 산타크로스 할아버지가 헛소리 안 하는 어린이에게 선물 주는 날이지,
신의 계시가 오는 날이 아닌데요? 신의 택배기사들도 쉴걸요?“
눈앞에 포르쉐 935, ‘모비딕’이라고 불렸던 1978년 포르쉐모델 프라모델이 있고,
레드제플린의 드럼 연주곡 ‘모비딕’을 듣고 있어 신기하긴 하지만, 이게 왜 신의 계시란 말인가?
그리고 신은 ‘사랑’하라고 해야지! ‘복수’하라고 계시 주는 신이 있나?
”모비딕, 선장 한 쪽 다리를 씹어 먹은 그 거대한 고래 모비딕을 잡기 위해서
에이하브 선장이 자신의 포경선 ‘피쿼드’호를 몰고 출항하는 날이 바로 12월 25일이거든!
맞지? 신의 계시?“
사장 아저씨는 갑자기 진열대로 달려갔다. 그리고 술 한 병을 꺼내 들었다.
잔 두 개를 놓고, 내 앞에 놓인 잔에는 먼저 얼음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술로 잔의 반을 채우고 나머지는 콜라로 잔을 채워주셨다.
그런 다음, 자신의 잔에는 얼음 없이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자, 한잔하자! 선원들의 술 럼이다! 모비딕 잡으러 출항한 12월 25일! 우리도 선포식을 하는 거야!
네 의견대로 불매운동도 평생 같이하고!
내 계획대로 <모비딕>으로 한 번 더 복수하고! 좋지? 건배~“
사장 아저씨는 입안으로 쑤셔 넣듯 잔을 들이대며 술을 마셨고,
나는 사장님이 타 준 칵테일에 혀끝만 살짝 데어보았다.
”그런데, 도대체 모비딕으로 뭘 어쩐다고요? 사장님! 고래는 잡아 보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