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1 레이스와 함께 하는 여행
About Japan Cup by SUKAVIA
뉴스를 보니, 일본은 단풍이 이제 절정인 모양이다. 하긴 11월 마지막 주까지 도쿄의 도심은 여전히 가을이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일본 전역의 광고판, TV, 각종 지면 광고가 한창이다. 일본 전역이 짧다면 짧은 2분 30초짜리 드라마를 보기 위해 난리가 난다. '재팬컵(Japan Cup)'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우승 상금은 무려 5억 엔, 연말 그랑프리 아리마기념(有馬記念)과 함께 일본 스포츠 상금 중 최고액이다.
11월의 마지막 주말, 도쿄의 하늘은 맑고 쾌청했다. 정확히는 11월 24일, 나는 일본 경마 최고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제44회 재팬컵을 직관하기 위해 도쿄 경마장을 찾았다. 재팬컵을 관람하기 위해 이미 3일 전에 입국했다. 일본 최고의 경주, 재팬컵은 12번째 경주로 편성되어 있었다. 경마 경주하나 보는 것이 뭐 대단할 수 있겠냐 싶지만. 현지에서 거주하지 않는다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입장을 위한 티켓도 사전에 준비를 해야 했고 항공권과 숙소, 교통편까지 미리미리 준비해야 했다. 주변 지인 찬스와 인터넷 정보들을 총 동원해서 재팬컵이 시작되기 전 무사히 입국을 했고 경기가 시작되기 전 도쿄 경마장에 도착했다. 도쿄 경마장에 도착하니 이미 엄청난 인파가 자리하고 있었다.
경마장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흥분과 기대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관중석을 비롯해 경마장 트랙 주변으로 운집한 인파, 청명한 가을 날씨와 경마팬, 함성과 기대가 뒤섞인 웅성거림, 그리고 말들의 힘찬 걸음걸이까지. 정말 대단하다. 아시아 파트 1 경마국의 진가. 참고로 대한민국은 파트 3에서 겨우 파트 2로 승격했다.
경마장 내부로 들어서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이 벌어졌다. 잘 정돈된 잔디 트랙, 웅장한 관람석, 그리고 최첨단 시설들이 어우러진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2400미터의 잔디 코스는 햇살을 받아 더욱 빛나 보였고, 자신들이 일본 제일의 경주마라고 자부하는 출전마들이 하나 둘 게이트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재팬컵 우승을 위해 출전한 말들이 출발선에 선 순간, 경마장 전체가 숨을 죽였다. 출발 신호와 함께 함성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신들만의 작전을 수행하며 경주가 진행되고 이윽고 마지막 코너를 빠져나오면서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마지막 직선주로에서의 역전을 하고 마지막까지 선두를 지킨 3번 마 '도 듀스(Do Duece)'가 우승을 차지했다.
3번 마 도 듀스에 기승한 기수는 일본의 전설, 타케 유타카다. 20대 시절부터 현재까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기수가 아닐지. 30년 넘게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타케 유타카다. 경주가 끝난 후, 시상식이 이어졌다. 놀랍게도 시상자로 일본의 국민적 영웅, 이치로가 등장했다. 야구계의 전설이 경마의 축제에 함께하는 모습은 이 대회의 위상을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축제. 해가 저물어갈 무렵, 경마장을 빠져나왔다.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던 재팬컵. 도쿄에서의 이 특별한 하루를 위해 준비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재팬컵은 끝났지만, 나만의 'Grade 1' 레이스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다음은 어디로 떠나볼까?
+ 참고로 재팬컵(G1)에 표시되는 G1은 'Grade 1'으로 경마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경주 등급을 의미한다.